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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SW인재 요람]③ '찐' 문과 출신 기자도 개발자 될 수 있나요?

'기회의 땅' 서울 개포동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방문기
교수·교재·학비 없는 '3無' 교육법으로 '극한의 자발성' 함양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1-09-09 07:00 송고 | 2021-09-09 08:22 최종수정
편집자주 '개발자 전성시대'다. 정작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여전히 의대, 교대·사대로 몰리는 실정이다. 공대는 여전히 후순위다. 반면 기업들은 SW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변하지 않는 교육계의 현실에도 '미래 교육 혁신'에 나서고 있는 SW 인재 양성의 현장을 찾아가본다.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SW 인재 양성 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 © 뉴스1

"그 사람은 개발자가 되면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하나요?"

김수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멘토는 '정말 문과생이 IT 개발자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저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무얼 만들고 싶냐고 먼저 물어본다. 욕망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사이클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자전거 정보 공유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즉,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내적 동기'만 확실하다면 코딩 실력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것.

이어 "이과생들은 기술을 생각하지만, 문과생들은 사업을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엔 문과 출신의 개발자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은 문과생이라는 이야기다.

김수보 이노베이션아카데미 멘토단 단장 2021.8.25/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 '기회의 땅'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최근 IT·게임업계의 개발자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코딩 배우기' 열풍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문과생들에게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교육기관이 있다. 바로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지난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SW)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오는 2023년까지 매년 정부 예산 약 250억원을 투입해 연간 500명의 SW 인재 배출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주목해야 할 점은 교육생 현황. 지난 2년간 선발된 교육생 1103명 중 SW 관련 전공자는 555명(50.3%), 비전공자가 548명(49.7%)으로 전공자와 비전공의 차이가 없다. 기관 입소 경쟁률이 20:1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 다니는 김승민씨(35·여)는 '교육생 선발 절차'에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광고홍보학과 언론영상학을 전공한 '문과생'이다. 지난 2019년 언론사 기자 생활을 접고, 개발자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녀는 "온라인으로 치러지는 1차 테스트는 코딩 시험이 아니다. 기억력 테스트와 퍼즐 게임으로 코딩을 할 만큼의 논리력과 사고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사기업이 운영하는 SW 아카데미의 경우 교육생 선발 절차에 코딩이 포함돼 있는 게 일반적. 반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경우 기본 자질만 있다면 비(非)전공자도 후보 교육생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어 "다만 제가 문과생이라 이곳에 지원한 건 아니다"며 "프랑스의 '에콜42'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데에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에콜42는 프랑스에 설립된 IT 개발자 민간 교육기관이다. 스스로 '취업률 100%'라 자부할 만큼 졸업생들이 대부분 글로벌 IT 기업에 취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SW 인재 양성 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 © 뉴스1

◇ 3無 교육법으로 '극자발성' 기른다


교수가 없다. 교재도 없다. 학비도 없다. 이것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도입한 에꼴42의 '3無' 교육법이다.

김수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멘토는 본 기관에 '교수·선생님·강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세상에 진리가 있고, 그 진리를 먼저 배운 사람에 듣는 게 전통적인 교육방식이라면 반대로 이 세상에 진리는 많고, 그걸 터득하기 위해 너희들이 한번 부딪쳐 보라고 하는 게 우리의 교육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멘토는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풀어낼 문제를 만드는 역할이다.

학생들의 스승은 오직 '동료'다. 이들은 멘토가 낸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 '팀'을 구성한다. 이른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P2P' 교육 방식이다. 이는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격차를 줄이는 해법이기도 하다. 그는 "학생이 가장 많은 양의 정보를 흡수할 때는, 아는 사람이 바로 옆에서 가르쳐 줄 때다"며 "팀을 만들때 실력자와 비실력자가 한 팀에 섞일 수 있도록 랜덤을 무수히 돌려 형평성을 맞춰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미로처럼 얽힌 코드 속에서 길을 잃는 경우는 다반사. 하지만 멘토는 학생이 직접 찾아오기 전까지 절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 도움마저도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정도에 그친다.

이유는 '자발성'에 있다. 김 멘토는 "답답하니까 뭐든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서적도 찾고, 구글링도 하고, 동료에게 묻기도 하고, 멘토를 붙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생이 타 교육기관보다 더 대단한 기술을 배웠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업에 뛰어들었을 때, 그 어떤 과제를 받아도 알아서 풀어내는 능력은 최고다"고 강조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 김승민씨와의 화상 인터뷰 2021.8.25/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 기자 생활 접고 '개발자'에 도전한 이유


교육생 승민씨는 매일매일이 현장에 내던져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은 일평균 13~14시간을 '코드'와 씨름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실제 우리 사회처럼, 정해진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퇴출'의 위험성도 있다.

다만 이 모든 게 개발자가 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현업 개발자가 된 이후 나에게 주어진 프로젝트가 어렵다고 교수나 선생님을 찾을 수 없지 않나"면서 "구글링을 하든, 동료 바짓가랑이를 붙잡든 수단과 방법을 쓰지 않고 풀어내야 한다. 지금은 개발자가 가져야 할 근성을 배우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실제 '문과생' 승민씨는 교육 1년 만에, 게임사 크래프톤이 내준 과제를 풀어낼 정도로 실력이 높아졌다. 국내 유수의 IT·게임기업이 탐낼 만한 '인재'로 성장한 것.

그런데 그녀는 왜 기자를 그만두고 또다시 취업준비생의 길을 선택했을까? 승민씨는 "기자든 개발자든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건 똑같지만, 조금 더 전도유망한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개발자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나'고 되묻자 "현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들은 직접 수술 기회를 잡기 힘든 구조인데, 그들이 실력있는 전문의로 성장하기 위해선 많은 수술을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제가 만약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수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면 의사들의 수술 실력이 한층 성장할 것이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녀의 말끝에선 두 가지 확신이 느껴졌다. 비전공자도 IT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개발자가 되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긍정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확신이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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