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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청춘시대2' 박은빈 "최종회 눈물연기, 감정 북받쳐 목소리도 안나와"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7-10-11 09:36 송고
© News1 청춘시대 스틸컷
© News1 청춘시대 스틸컷

JTBC ‘청춘시대’ 시즌1의 송지원은 통통 튀는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보였다. 1년 후 송지원은 잘 쌓은 캐릭터 위에 서사를 풀어냈다. 시즌2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었다. 시즌1에서 다 전하지 못한 그의 트라우마와 성장을 다룬 것. 어느날 갑자기 벨에포크에 도착한 분노의 편지가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게 된 송지원은, 자신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갔다. 줄곧 그의 특성으로 언급된 '거짓말'은 과거 문효진이라는 친구의 상처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됐다.

송지원은 그 트라우마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 거짓말하지도 회피하지도 않는다. 어떤 죽음의 위협에서도 자신을 보호하려던 하메들과 소울 메이트 임성민(손승원 분)과 함께, 그는 한 걸음 더 성장했다.
송지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는 이제 박은빈과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천연덕스럽게 가슴 사이즈를 재라는 포즈부터, 문효진과의 추억을 더듬으며 절망하던 표정까지 모두 박은빈이 만든 송지원이다. 깊은 감정과 얕은 농담을 오고 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박은빈이 완성해냈다. 송지원과의 두 번째 만남을 마무리하고, ‘송지원 모드’를 ‘OFF’한 박은빈(25)을 만났다.     

Q. 밝은 송지원이지만, 후반부에는 완전히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시청자가 낯설어할까봐 걱정하지는 않았나.

“걱정했죠. 송지원이 갑자기 변했을 때 이중인격, 다중인격으로 보이지 않길 바랐어요. 최대한 그 감정선을 스스로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게 중요했어요. 사과를 따러 갔을 때 처음으로 (송지원의) 대사가 ‘전멸’상태였어요. 평소라면 가장 먼저 나서서 주절 주절 이야기했을 텐데 음소거가 된 듯한 상태였죠. 평소와 다름없는 송지원이지만, 괜찮지 않아 보이고 이상하지만 이상하다고 할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를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변한 송지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했지만, 그때는 송지원이 있지만 그의 부재가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 News1나무엑터스 제공
© News1나무엑터스 제공


Q. 문효진의 연인 영수(윤경호 분)를 맞닥뜨렸을 때 송지원의 감정은 무엇이라고 봤나.

“영수가 지원에게 ‘너는 왜 효진이에게만 나빴던 거냐’고 말하고 나가요. 대본의 지문으로 봤을 때 고민이 많이 됐죠. 불현듯 죽이겠다고 온 사람이 칼을 들고 왔다가 나갈 때 심정은 어땠을까. 그리고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송지원은 어떤 감정일까 고민했어요. 지원이는 그 순간 이미 자신이 한 번 죽었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지원이는 진실을 말하는 기자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거짓말을 일삼았고, 그것이 거리낌이 없었어요. 자신의 무의식이 보낸 신호였다고 봐요. 그런 상황에서 내가 누군가를 자살에 이르게 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했을까.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데, 영수가 자신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데 죽이지 않고 나갔기 때문에 이미 한 번은 죽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하메들에게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말한 것도, 지원이가 스스로 자기를 찾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효진이가 살았던 곳도 찾아가고, 영수를 만나서 대화도 나누죠. 효진이의 유일한 단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용기를 낸 거죠. 영수는 (지원이를 죽이는) 결정을 유예한 상태였다고 봐요. 언제든 죽일 수 있다 이런 대사도 그렇고. 영수를 연기한 윤경호 님도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폭력이 미화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다고 들었어요. 효진이를 떠올리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영수에 대한 면죄부처럼 보이지 않도록. 폭력은 나쁜 것이고 그런 면에서 영수는 가해자이며 지원이는 피해자죠. 영수 입장에서는 지원이를 가해자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불확실한 경계에서 오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 News1 청춘시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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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효진이의 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다.

“효진이는 송지원, 선생님을 만나며 분노와 좌절을 느꼈겠죠. 12월에 편지를 쓰고 3월에 그렇게 되기까지 3개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래서 시즌2의 부제가 부치지 않은 편지인 것이고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내면, 생각 과정들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효진이의 3개월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지원이나 효진이나 열 살 때 공포의 대상이자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물을 만나러 가잖아요. 그럼에도 둘 다 ‘당신’도 아닌 ‘선생님’이라고 말해요. 이 친구들이 나이는 23살이지만, 10살 시절의 어느 트라우마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내면이 있는 거죠. 그럼에도 선생님은 이들을 알아보지도, 기억도 못해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싶어요.”

Q. 선생님은 문효진을 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도 있죠.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장면이에요.”

Q. 사은회에서 보여준 감정연기는 어땠나.

“실제로 많이 힘들었어요. 평소의 송지원이 아니잖아요.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송지원 인생에 있어서 상처와 상처를 준 공포의 대상과 맞서는 순간이에요. 트라우마와 싸우는 일이,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외친다는 것 자체가 버거운 일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어요. 심장이 쿵쿵 뛰더라고요. ‘사과하세요!’ 하고 싶었는데, 송지원이 되어 그 앞에 서니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목구멍이 꽉 막힌 느낌. 스스로도 왜 더 당당할 수 없었나 생각해봤는데, 송지원은 목격자이자 2차 피해자, 간접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럴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어요. ”

© News1 청춘시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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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판 이후 다른 피해자를 만난 후 터진 눈물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거짓말하거나, ‘깡’이 있는 송지원의 모습이 아닌 가장 본연의 눈물이 터진 것처럼 보였다.

“송지원은 계속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메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범한 일상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지만요. 그래서 주변의 변화를 잘 모르잖아요. 조은의 연애라든지. 타인에 대해 확신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인데 한관영의 딸이 ‘100% 확신하냐’고 물으니 더욱 더 불안했을 거예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난 것이 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것이 곧 다행이라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심정이었을까요. 이중적인 마음에서 오는 눈물이죠. 성민이(손승원 분) 앞에서 솔직한 감정을 풀어놓는데 실제로 너무 슬프더라고요. 타인의 불행을 나의 다행으로 여길 수 밖에 없는 상황과 현실이, 그리고 스물셋 송지원이 감내해야 할 것들이.”

Q. 송지원은 앞으로 거짓말이 많이 줄어들까.

“송지원은 이제 진실의 목소리를 좇게 될 것 같아요. 거짓말 자체가 자신의 무의식을 숨기기 위한 반동이었는데, 이제 진실과 맞설 수 있게 됐으니 거짓말을 안 하게 되지 않을까요.”

© News1 나무엑터스 제공
© News1 나무엑터스 제공


Q. 송지원의 남은 인생은 어떨까.

“효진이 몫까지 열심히 살 것 같아요. 진실과 가깝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고 하루하루를 더욱 열심히 충만하게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더욱 인생을 즐기고 매순간을 행운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 그 평범함에 감사하며 무탈하게 살기를 바라요.”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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