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재영 수의사 = "우리집 고양이는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에너지가 너무 넘쳐요."
"우리집 고양이는 밥 먹을 때 빼놓고 하루종일 잠만 자요."
고양이 집사들은 사랑하는 고양이가 잠을 많이 자도, 적게 자도 고민이다. 고양이는 하루 평균 13~20시간을 잔다. 야행성이자 육식동물인 고양이는 다른 동물에 비해 잠이 많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식사시간 차이다. 수면시간을 비교해보면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자는데 보낸다. 초식동물인 소와 말의 경우 실제 잠을 자는 시간은 평균 약 3시간 정도다. 풀은 열량이 낮아 많은 양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육식동물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오랜 시간 깊이 잘 수 없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반면 늑대나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은 열량이 높은 육류를 짧은 시간에 섭취하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길지 않다. 대신 다음 사냥을 준비하기 위해 에너지 축적을 한다. 약 10~15시간 정도 잠을 자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둘째, 안정된 생활이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은 길고양이들보다 평균 수면시간이 길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냥을 하거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경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고양이의 수면시간은 나이와도 관련이 있다. 새끼고양이의 경우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므로 성묘보다 잠을 자는 시간이 더 길다. 또한 나이가 많아지면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대신 수면시간이 많아져 노령묘의 경우 더 많이 잔다.
넷째, 사냥경험도 영향이 있다. 야생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은 비가 오는 날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비가 그치기전까지 오랜 숙면을 취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은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비가 오면 사냥을 할 수 있는 동물들이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빗속을 돌아다녀도 사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는 고양이들은 비가 오면 그칠 때까지 오랫동안 잠을 잔다.
'토막잠'(잠깐 자는 잠)을 뜻하는 'Catnap' 영어단어에 Cat이 들어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고양이가 실제 숙면을 취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국제학술지 '실험신경학'에 실렸던 고양이 수면시간 주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평균적으로 각성 26분과 수면 79분을 반복한다. 깊은 잠인 렘(REM)수면에 들어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고양이의 경우 20~30분 뒤에 렘수면에 들어가며 6~7분 차이로 주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총 수면시간은 길게 보이지만 짧은 수면을 반복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만약 고양이가 그루밍(몸단장)과 사냥놀이, 밥 먹기, 영역 탐색, 밤이나 새벽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등 활발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갑자기 생활패턴이 달라져 활동해야 하는 시간에 활동하지 않고 그루밍도 하지 않아 털이 거칠고 비듬이 많고 푸석해졌다면? 비만이 되거나 새로운 장난감이나 간식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잠을 너무 많이 잔다면?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잘 관찰해야 한다.
잠을 자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양이가 호기심을 갖도록 집안에 캣타워, 선반 등 고양이 가구를 설치해 준다. 그리고 보호자가 하루 일정시간을 정해 장난감으로 사냥놀이를 해주면서 신나게 놀아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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