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부에 따르면 강봉균 서울대학교 교수팀은 기억의 조각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신경계 기본단위 세포인 뉴런을 연결해주는 시냅스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로 인해 기억의 재구성에 대한 기존 이해를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냅스 수준에서 기억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게 됐다. 시냅스는 한 뉴런(신경계를 이루는 기본적 단위세포)에서 다른 뉴런으로 전기적 혹은 화학적 신호를 보내는 뉴런의 말단과 정보를 받는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에 존재하는 연접을 말한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인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8월 14일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억은 개체가 경험한 것을 저장, 유지, 회상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다양하게 재구성되는데 이러한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중 장기기억은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합성에 의해 시냅스의 구조가 변하는 경화(硬化·consolidation)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회상을 통해 떠올려진 장기기억은 '재경화(reconsolidation)' 과정을 거쳐야만 다시 안정적으로 저장될 수 있다.
서울대 자연대 뇌인지과학과 강 교수 연구팀은 재경화 과정에서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이 모두 동일한 시냅스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군소(바다 달팽이 일종)'를 이용해 처음으로 규명해냈다.
또 감각 신경세포와 운동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에 의해 저장되는 '민감화 기억'이 재경화될 때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민감화(sensitization) 기억은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을 받고 난 후 모든 미세한 감각에 대해 민감해지는 기억현상이다.
연구팀은 단백질 분해 억제제와 단백질 합성 저해제를 함께 처리하면 단백질 합성 저해제에 의해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실제 기억이 재경화 될 때 동일한 시냅스 내에서 단백질 분해와 재합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억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시냅스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향후 특정 기억을 유지하거나 지우는 과정으로 응용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질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또한 강 교수팀은 기억의 재구성뿐만 아니라, 기억을 저장할 때 동반되는 시냅스 경화 과정이 조절되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강 교수팀과 에릭 캔델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 연구)과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 육성사업(WCU)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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