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11년 12월14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중앙홀에 설치된 종 앞에 김정주 창업자가 섰다. 도쿄증권거래소 관계자들의 박수와 함께 다섯 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국내 기업의 첫 도쿄증시 입성 순간이었다.
넥슨이 도쿄증권거래소(TSE) 1부에 상장한 지 10주년을 맞았다. 상장 첫날 시초가 1307엔으로 첫 거래를 시작한 넥슨의 시가총액은 약 550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8조2000억원)
지난해 12월 넥슨은 시가총액 2조8400억엔(약 30조 원)을 돌파하며 닌텐도에 이어 일본 상장 주요 게임사 시총 순위 2위를 기록했다. 10년 새 약 4배 가까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해외 자본시장 입성 열풍 속 성공사례 된 넥슨
2000년대 중반 국내 다수 게임·IT 기업이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자본시장에 진입했다. 이를 통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공모자금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해당 시장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투자와 사업추진도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 새 다수 기업이 상장 폐지되거나 최대 주주가 변경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해외 증시에 진출해 많은 자금을 확보한 이면에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나 상주 인원 등이 부담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넥슨은 도쿄증시 상장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지난 2016년 도쿄증시에 입성한 라인과 함께 해외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국내 사례로 꼽힌다.
도쿄증시 입성 당시 넥슨은 국내 증시가 아닌 도쿄증시 입성을 선택한 데 대해 "세계화 달성에 게임 종주국이자 금융선진국인 일본 시장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넥슨이 도쿄증시에 상장하게 된 배경은 게임 콘텐츠 강국인 일본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글로벌 게임사들과 경쟁에서 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함이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과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 등의 인수 합병(M&A)을 통한 성장이 기업가치 증대에 핵심축으로 작용한 만큼, 글로벌 게임사에 대한 M&A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글로벌 인수합병에는 이에 걸맞은 소속 자본시장의 위상과 충분한 자본 확보가 필수였는데, 당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국내와 일본 증시의 입지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또 문화 콘텐츠 강국인 일본은 게임사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주가 변동추이 살펴보니…넥슨의 10년이 보인다
넥슨 주가는 도쿄증시 이후 일시적인 부침은 있었으나 우상향 곡선을 나타냈다. 지난 10년간 넥슨의 주가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상승이 돋보이는 구간들이 눈에 띈다.
넥슨은 상장 직후인 2012년 온라인 게임 지식재산권(IP)의 성장과 EA 정통 온라인축구게임 'FIFA 온라인 3' 서비스에 힘입어 모바일 플랫폼 확장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넥슨은 2012년 5월 자회사 넥슨모바일을 흡수합병하고, 일본 대형 모바일 게임사 글룹스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등 소셜게임부터 트레이딩카드게임(TCG), 역할수행게임(RPG) 등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 개발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2015년은 넥슨의 모바일게임 사업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모바일 액션 RPG '다크어벤저' 시리즈를 개발한 불리언게임즈를 인수하며 우수한 개발력과 유력 IP를 동시에 확보했다.
'HIT', 'V4' 등 넥슨 모바일게임에 큰 획을 그은 타이틀들을 개발한 넷게임즈에 대한 투자 또한 같은 해에 이뤄졌다. 2015년 6월 넥슨은 넷게임즈 최대주주인 바른손이앤에이에 투자를 단행하며 HIT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 출시된 'HIT'가 출시 하루 만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며 넥슨의 첫 모바일 흥행 성공작으로 기록됐다.
향후 '오버히트', 'V4' 등 차기작을 연속 흥행시킨 넷게임즈는 넥슨 모바일게임 개발의 주요 축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넥슨은 넷게임즈의 추가 지분을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2017년은 액션 RPG '다크어벤저3'를 시작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액스', 수집형 RPG '오버히트' 등 내놓는 신작마다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넥슨 모바일게임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해였다.
당시 넥슨은 매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국내 최초 연간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게임사가 된 넥슨은 신작 모바일게임의 흥행과 'FIFA 온라인 3', '메이플스토리' 등 온라인게임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어 연 매출 2349억엔(약 2조3000억원), 영업이익 905억엔(약 885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모바일게임 개발사 슈퍼캣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넥슨의 인기 IP인 '바람의나라'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바람의나라: 연' 개발에 착수했다. 2020년 출시한 '바람의나라: 연'은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2위를 기록 후 꾸준히 모바일 게임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넥슨의 모바일 매출의 핵심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넥슨, 게임업계 최초 연 매출 '3조원' 시대 열었다
2020년 넥슨은 역대 최대 연간 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게임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모바일게임 매출 성장이 돋보였는데, 2019년 론칭한 'V4'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FIFA 모바일', '바람의나라: 연'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게임의 잇따른 흥행에 힘입어 모바일 연 매출 1조371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호실적은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사업역량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사업 실무부터 시작해 대표직에 오른 이 대표는 매출의 양적 성장과 동시에 모바일과 PC 양대 플랫폼의 균형 잡힌 매출 비중으로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치 아래 넥슨의 강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신작 모바일게임들의 흥행과 더불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PC 온라인 스테디셀러들 또한 성장을 거듭하며 역대 최대 매출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넥슨은 미래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월 파격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발표하고 우수한 인재 영입과 적극적인 인재 투자를 위한 포부를 밝혔다. 당시 이 대표는 사내공지를 통해 "큰 성과를 낸 개인이라면 대표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가는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역설했다.
넥슨은 우수 인재 확보 및 투자를 지속적인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삼고, 최고 수준의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극대화시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넥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원 티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맨파워 강화가 필수"라며 "기존 임직원뿐만 아니라 분야별 최고의 인재들이 넥슨에 합류해 함께 큰 성과를 내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초격차'를 뛰어넘는 질주 모드로 본격적으로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hway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