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슈빌(미국)=뉴스1) 송화연 기자 = "3D프린터로 만든 치과용 의료기기는 기존 석고보다 훨씬 개인에 맞춤화됐고 저렴해요. 이 3D프린터로 만든 임플란트 수술가이드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레진을 사용해 입에 넣어도 안심하고 쓸 수 있죠."
11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뮤직시티센터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0' 행사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국내 프린터 전문기업 신도 부스 앞에 놓인 3D프린터 '신도 A1+'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3D프린터 앞에는 기기로 만든 트로피, 고글, 심장모형 등이 있었다.
특히 치과 진료를 위해 제작된 모형들이 다채로웠다. 투명교정기, 임시치아, 구강모델 등 저마다 다른 용도로 제작된 3D프린팅 제작물은 색상도 촉감도 모두 달랐다. 일부 모형은 고무처럼 말랑말랑했다.
신도 관계자는 "A1+은 '필라멘트'가 아닌 '레진'(액상용액)으로 구동되는 3D프린터로 의료용으로 인기가 많다"며 "치과, 치의학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과 기업이 주요 고객사"라고 말했다. A1+는 필라멘트 노즐에 열을 가하고 이를 쌓아올려 형상을 만드는 3D프린터와 달리 레진에 레이저를 쏴 이를 응고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미세하게 출력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국내·외 의료기관은 고성능 3D프린터를 활용한 환자 맞춤형 장치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3D프린터로 만든 의료기기는 정밀한 시술을 가능하게 하고 환자 개인에 맞는 의료장치를 제공할 수 있어 의료 관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감'으로 해오던 진료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신도 관계자는 "예를들어 임플란트를 위해 석고본을 떠 치아배열이나 교합등을 확인하는데 석고는 덩어리(지르코니아) 채 오기 때문에 절반 이상은 깎아나가져 버려야 한다"며 "레진은 필요한 만큼만 쓰면 되기 때문에 비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3D프린터가 사람(수작업)보다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관계자는 "3D프린터로 인쇄한 임플란트 수술가이드는 프린팅 완료 후 후가공을 거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의료용 3D프린터를 저격한 전문기업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전시에 참가한 네덜란드 3D프린터 전문기업 얼티메이커는 '3D프린팅으로 병원에 자유를!'이라는 슬로건 하에 의료용 3D프린터를 전시하고 있었다.
얼티메이커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의 치아 진료가 많아지고 있다"며 "치과용 3D프린터가 각광받는 배경이자 우리가 이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를 위한 3D프린터 이용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신도는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 아티스트그룹 '랜덤디자인팀'과 협업해 3D프린터로 배트맨을 재현했다. 이 형상물은 제작에 총 850시간(인쇄 400시간, 후가공 450시간)이 소요됐다.
스테판 얼리치 랜덤디자인 공동창업자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3D프린터는 아티스트에게 축복이다"며 "협업하고 싶다는 우리의 제안에 선뜻 후원해준 신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도는 3D프린터로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비용에 어려움을 겪는 아티스트 4팀에 3D프린터를 제공했다.
3D프린터는 작품 제작뿐 아니라 작품의 제작 전 과정을 돕는 용도로도 쓰인다. 미국 3D프린터 전문기업 스트래터시즈 관계자는 자사 3D프린터 'J826'을 소개하며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툴"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3D프린터의 경우 섬세한 색상 표현이 가능해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색상표'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며 "3D프린터가 단조롭고 투박하다는 인식이 점점 깨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실제 스트래터시즈는 이날 여러 색상으로 인쇄한 애플 무선이어폰 '에어팟' 케이스를 전시하고 있었다.

hway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