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 출시와 동시에 시행된 25% 선택약정 할인율 가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갤노트8 개통자의 90%가량이 기기변경(기변) 가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쏠림현상은 정부가 통신비 인하에만 매달려 정작 시장의 경쟁저하를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출시된 노트8은 이틀간 27만대가량 개통됐는데 이중 SK텔레콤의 기기변경 건수만 16만4500건에 달했다. 이는 전체의 60%에 달하는 비중이다.
불과 1주일전인 지난 8~9일 이틀간 SK텔레콤의 기기변경이 1만600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로 뛴 수치다. KT, LG유플러스는 기기변경 수치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15일~16일 양일간 번호이동 비중은 24%에 그쳤다. 이 기간 이통3사의 번호이동은 3만8452건, 2만6473건으로 총 6만492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갤럭시S8 시리즈가 출시된 때와 비교하면 노트8 출시때는 기변 비중은 더 높고 번호이동 비중은 낮아졌다. 당시 기변은 94만1278건으로 전체 가입자 시장의 44.3%를 차지했다. 번호이동은 54만4859건으로 전월대비 4.2% 줄었고 전체의 25.6% 비중이었다.
노트8 출시와 맞물려 시행된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이 번호이동보다 기변 가입자를 쏠리게 만든 요인이 됐다. 20% 요금할인 가입자도 약정이 6개월 이하 남았으면 위약금없이 25%를 갈아탈 수 있어 기변 비중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기변을 통해 가입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노트8 구매시 최고가인 11만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 지원금은 20만원 초반이지만 25%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할인액은 총 66만원으로 거의 3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노트8 초기 개통자의 90% 이상이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와 달리 지원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선택약정 요금할인 선택 비중이 더 높았던 애플과 맞먹는 수준이다.
기기변경 쏠림 현상은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도입되면서부터 나타났다. 단통법 이전에는 '지원금 대란'과 함께 번호이동 과열이 극에 달했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 도입으로 시장은 안정화됐지만 당초 12%에서, 20%, 급기야 25%까지 오른 요금할인율로 인해 기기변경 고객이 급증하면서 정부는 경쟁 촉진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란도 과제다.
업계 전문가는 "요금할인율 상향으로 기변 중심으로 시장이 고착화되면 이통사의 5:3:2 구도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통신비 인하에만 매달려 경쟁정책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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