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차세대 보안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암호 분야에 이통3사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복잡한 연산을 단시간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에 걸맞은 보안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에 양자 기술을 적용하고 전용회선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이통3사간 양자암호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와 함께 양자보안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갤럭시 퀀텀3'를 공식 출시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선보이는 세번째 양자보안 폰이다. 양자암호를 통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의 로그인·인증·결제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날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자에 대한 신뢰성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그간 첫번째, 두번째 모델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특히 SK텔레콤은 이통3사 중 양자암호통신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10여년 전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11년에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2018년에는 스위스의 양자보안기업 IDQ를 인수했다. 이후 KT와 LG유플러스도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섰다.
◇'모든 보안 뚫는 창'을 막는 방패
이통3사가 힘쏟고 있는 양자암호는 말 그대로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 보안 기술을 말한다. 불확정적이고, 얽혀있으며, 복원 불가능하다는 양자의 특성을 통해 보안 수준을 높였다.
양자암호 기술은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해킹 위협을 막기 위해 등장했다.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계산 능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암호 해독에 사용되면 현재의 보안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모든 걸 뚫는 창'에, 양자암호통신은 '뚫리지 않는 방패'에 비유되곤 한다.
이같은 양자암호 기술은 보안이 중요한 통신, 금융, 의료, 국방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암호키를 만들거나 알고리즘을 생성하거나
양자암호기술에는 크게 양자암호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 두 가지가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양자암호키분배에,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양자암호키분배는 탈취나 복제가 불가능하게 암호화된 키를 만들고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주는 기술이다. 이때 키는 패턴을 추측할 수 없게끔 완전 무작위하게 생성된다. 또 탈취나 복제를 시도하는 순간 암호의 형태와 내용이 바뀌도록 설계된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공격에 대해 안전한 내성을 갖는 기술로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는 데 수조년이 소요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양자암호키분배와 양자내성암호 중 어느 기술의 보안성이 뛰어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양자암호키분배 기술 개발자들은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암호 해독 시간을 지연할 뿐 완전한 보안체계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양자내성암호 기술 개발자들은 양자암호키분배 기술에 필요한 장비가 비싸고 외부 환경의 영향에 민감할 수 있다고 본다.
◇통신, 국방, 의료 분야에 양자암호 기술 심는 이통3사
이통3사는 군, 지자체, 병원 등 각종 분야에 양자암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가 기간망, 공공 통신망 등에 기술을 적용하고 디지털 뉴딜 사업에도 참여해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양자암호통신 사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LG유플러스는 서비스 출시를 발표하며 전용회선에서 나아가 유∙무선 통신에도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T 또한 올해 상반기 출시 목표로 양자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KT 측은 현재 이용약관 신고를 마친 상태이며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4년 기술 인증 완료를 목표로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도 협력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양자암호 기반 전송암호화장비에 대한 국가정보원 인증을 국내 최초 획득했다. SK텔레콤은 이를 기반으로 정부, 지자체, 군, 민간 등의 통신망에 전송암호모듈을 공급해 양자암호 기술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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