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망 사용료' 소송 2차전 첫날, 양사는 '망 사용료 지급 의무'를 두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패소한 넷플릭스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1심에서 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넷플릭스의 항소에 SK브로드밴드는 반소로 맞섰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양사가 제기한 두 소송은 병합돼 진행됐다.
◇OCA 기술·'상호무정산' 원칙 강조한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를 전송할 의무를 자사에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도 넷플릭스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자사의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 기술로 트래픽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OCA는 서비스 국가에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캐시 서버를 설치해 트래픽을 분산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망 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게 넷플릭스 측 논리다.
또 넷플릭스 측은 상호무정산 원칙, '빌앤킵'(Bill and Keep)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기업이 서로의 이득을 위해 직접 연결할 경우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어 OCA를 SK브로드밴드 망에 설치하면 도쿄나 홍콩에 설치된 OCA를 사용하지 않고도 트래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넷플릭스 측 변호인은 "연결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가를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은 유례없는 잘못된 판결"이라고 밝혔다.
◇SKB, "무정산 원칙은 CP에 적용되는 것 아냐"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 이외에 다른 국내외 콘텐츠사업자(CP)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지불하지 않는 넷플릭스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쟁점은 콘텐츠를 최종 이용자에게 보내는 의무가 원고(넷플릭스)에 있느냐"라며 "넷플릭스 약관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인터넷 이용자들에 제공한다고 전문에 돼있다"고 밝혔다.
또 넷플릭스가 주장한 OCA 기술을 국내망에 설치해도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내망 이용료, 기지국 임대료,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요금, 전기 사용료 등의 비용은 별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가 주장한 빌앤킵 원칙에 대해서도 CP가 아닌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현행법상 ISP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망 이용대가 의무화' 글로벌 여론 형성…국내 법안은 계류 중
이날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SK브로드밴드 망 이용 여부, 양사간 연결상태 유지에 대한 합의 존재 유무, SK브로드밴드가 CP로부터 비용을 받는 기준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이로써 오는 5월18일에 예정된 변론기일에서는 기술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CP가 망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글로벌 통신사들은 CP들이 망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당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이사회를 통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들이 망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승인했다. 특히 정부 주도의 펀드를 만들고 이에 CP들이 돈을 내는 형태로 망 투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다만 이사회 보고서만으로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결국 개별 국가의 법안 마련 여부가 쟁점이다. GSMA 의장사를 맡은 구현모 KT 대표 또한 MWC 참석 당시 "펀드를 만들고 누가 참여하고 하고 하는 건 제 영역은 아니다. 법을 만드시는 분이나 법을 집행하는 분들의 영역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소송은 최종심까지 갈 확률이 높아 앞으로 1~2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판례가 나오는 것보다 국회에서 법안을 마련하는 게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화와 관련된 5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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