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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총파업 서신'이 공정거래법 위반?…정부, 법적 검토 중

'강제성' 입증돼야…2000년 의약분업은 인정, 2014년은 불인정
"내부 서신, SNS 통해 총파업 지속 공고했다면 '강제성' 해당"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4-06-11 16:22 송고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정부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금지 행위인 담합(집단휴진)을 강요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휴진에 참여하려는 의사들에 대해서는 진료 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내리면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번 휴진을 주도하는 의협이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인 담합을 강요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협 등 사업자 단체가 구성 사업자에게 휴진을 강제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법 위반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제51조는 사업자단체가 구성 사업자의 사업 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금지 행위를 할 경우 사업자 단체는 10억원 이내의 과징금을 물게 되고, 의협 회장 등 주동자들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그간 병원 소속 근로자인 전공의와 의대 교수는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공의가 집단 휴진을 하더라도 공정위가 나설 수 없었다.

반면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는 사업자 단체이며, 이들이 모인 의사협회는 사업자 단체에 해당한다. 의협 소속 개원의들이 오는 18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데는 '강제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개원의를 압박하거나, 불이익을 줘야 법 위반이 성립된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영리법원 및 원격진료 도입 등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였을 때도 이들에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사업자 단체인 의사협회가 집단휴업을 주도해 의사들의 진료 및 병원 영업을 제한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대법원은 의사의 집단휴진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봤다.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휴진한 것이 아니라, 의협 집행부의 강요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진율이 80%에 달했고, 휴진에 불참한 의사들은 다른 의사들로부터 협박과 폭언을 당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당시 의사 파업을 주도한 의협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은 의사들의 휴진이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20%대로 낮았으며, 휴업 불참에 대한 불이익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집단 휴진과 관련해 공정위는 의협이 전 회원들에게 총파업 참여 서신을 보낸 것을 두고 '강제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의협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의사들의 참여율이 낮더라도, 의협이 기자회견, 내부 서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총파업을 지속해서 공고했다면, 사실상 '강제성'에 해당한다"고 했다.

정부는 의협의 총파업에 대해 진료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발령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내린 진료명령은 의협이 총파업일로 예고한 18일 진료를 하라는 명령이다. 휴진신고 명령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휴진을 해야 한다면 영업일 기준 사흘 전(13일)까지 휴진 계획과 사유를 지자체에 알리라는 것이다. 이 때 정당한 사유없이 병원 문을 닫으면 진료 명령 위반이 된다. 정부는 의사 총궐기 대회 참석, 휴진 동참 등의 사유는 정당한 휴진 사유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내의 면허정지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데,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면허가 박탈된다.

복지부는 의협 총파업 당일 개원의 휴진율이 30%를 넘기면 곧 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했을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처벌 수위는 진료 명령 위반과 같다. 경찰은 이날 "개원의들이 집단 휴진을 하면 보건 당국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위반한 사람을 고발할 것"이라며 "고발장이 접수되면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집단 진료 거부는 국민과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정부의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집단 휴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회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우리는 의료 노예가 아니다. 정부가 총칼을 들이밀어도 제 확고한 신념은 꺾을 수 없다"며 "100일 넘게 광야에 나가 있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예에서 해방돼 자유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며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라고 적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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