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어른인 정부가 자식 같은 의료계 품고 다독여야"

오늘 기자회견…"18일 휴진,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의료사태, 건강보험 도입 이후 40년간 누적된 모순 폭발한 것"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료계가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의학회가 "칼자루를 쥔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콘퍼런스 하우스에서 '2024 학술대회 개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은 집단 휴진을 묻는 취재진에게 "환자만 진료하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휴진을 하고) 환자 곁을 떠난다는 것에 부담이 크다"며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심정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의료계 문제를) 논의할 수 있지 않는가"라며 "지금 이 순간은 의료계가 한 목소리로 의견을 모아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에, 거기에 동의하고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주장, 정부는 정해진대로 돌이킬 수 없다고 주장하면 결국 파국으로 밖에 갈 수 없다"며 "모여서 추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놓고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은) 찬성도 있을 수 있고, 반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양보해야하는 문제"라며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정부는 어른이고, 의료계는 자식 중 하나. 그러면 집안 어른이 더 큰 뜻을 갖고 자식을 품으면서 얘기도 들어주고 다독거려야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한의학회는 '여러번 전문의 시험을 응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전문의 시험이나 자격시험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든지 같은 방법으로 원래 계획대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고 한 것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것이다.

도경현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아무리 적은 숫자가 시험을 봐도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30명의 위원들이 1,2,3차 시험까지 투입이 된다. 보안 문제 때문에 며칠씩 합숙을 하기도 한다"며 "문제은행에서 문제를 꺼내서 출제하는 형식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를 출제하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 뿐 아니라, 예산 또한 복지부가 상당히 적게 주고 나머지 비용은 학회와 수험생의 수험료로 운영이 되는 구조"라며 "시험날짜는 (전문의 시험 후 군복무를 하는 문제로) 국방부와도 날짜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의 시험을 2~3번 보는게 단순히 한 사람의 결정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대한의학회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현재 정부는 전국 42개 병원에서 36시간 연속근무를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의료개혁특위 논의를 거쳐 전공의 연속근무와 주당근무시간의 단축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한의학회는 정부에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해 1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는데, 국회로부터 예산을 받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교수 1000명 더 뽑아 일선 병원에 투입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지역 병원들은 인력난을 겪고 있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용범 수련교육이사(세브란스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전공의)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면 수련기간이 늘어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수련교육을 담당했던 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안이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한의학회는 다른 의료계 단체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의료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사 인력추계, 기초의학, 필수의료, 지역의료, 교육수련 등 5개 부분에 대해서 먼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규 기획조정이사(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는 "지금 겪는 (의료공백) 사태는 갑자기 한 두달 사이의 문제가 터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도입 이후에 40년간 쌓였던 누적된 모순들이 폭발한 것"이라며 "의료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학의학회는 오는 1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이날 학회에서는 전공의 수련의 질 환경과 개선, 지역의료 활성화, 의료정책, 미래의료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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