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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대로 '전공의 사직 허용'에도 …의료계 여전히 "복귀 안 해"

전공의 대표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아" 일갈
의대 교수들 "환자 진료 포기하는 것…사직 속출할 것"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6-04 17:10 송고 | 2024-06-04 18:18 최종수정
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는 '의정갈등 퇴로'를 열어뒀지만, 전공의 대거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공의 단체 대표는 "달라진 건 없다.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고, 의대 교수들은 "지금도 간신히 버티는데 교수들도 관두겠다"고 정부를 성토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 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4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이 아닌 개별 의향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명령 철회 문서를 각 병원에 보낼 계획이다. 조 장관은 이같은 조치가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 현장 의견을 수렴해 진료 공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정부는 각 병원장에게 전공의의 개별 의사를 확인한 뒤 복귀하도록 사직서 수리 여부를 결정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병원별로 전공의 규모도 다르고, 현장을 이탈한 개인별 사정도 다르기 때문에 언제까지 수리해야 한다는 기한은 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복귀에 따른 여러 가지 제도 개선 등의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마냥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장관은 또 "집단행동에 가담하지 않고 현장에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켜준 전공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이들에게는 별도의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일이 넘어 전공의가 현장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현장의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고 중증질환자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책 변경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직서 수리를 허용해 달라는 현장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이번에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등을 철회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행정처분 절차 중단 등 전공의가 병원으로 복귀하는 데 발생할 걸림돌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수련에 전념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사직서 수리 허용 방침에도 전공의들은 여전히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증원, 필수의료패키지 정책강행 과정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들이) 많이 사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2년 차 전공의들은 대부분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갈 예정이라고 들었다. 제 주변만 해도 70%가량이 병원을 떠난다"고 언급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소재 대형병원 인턴을 마친 뒤 레지던트 임용을 포기한 한 전공의는 "고연차 레지던트는 아까워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비인기과,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그만두고 싶어 한다"면서 "비필수 의료 분야는 원래 대우도 좋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대전협 내부에 "힘내자. 학생들도 우리만 지켜보고 있다"면서 "결국 달라진 건 없다. 저는 안 돌아간다. 잡아가도 괜찮다"고 공지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다. 전공의들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 달라진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복귀 전공의가 많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들도 총파업을 검토하던 중 정부가 이번 조치를 발표한지라, 의료계가 표정을 바꿀지 주목된다.

의협은 이날부터 7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이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총회를 열어 총파업 찬반 투표 등을 논의한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정부의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이 임박했다고 보고, 더 강경한 행동을 검토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뉴스1에 "예상했던 대로 정부는 아무 대책 없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국민 앞에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전공의 사직서 수리 방침에 대해 "정부가 거의 환자 진료를 포기하겠다는 그런 의미"라며 "정부가 국가 의료체계를 완전히 망가뜨리겠다고 작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개별 사직은 개인 권리로 사직은 필요했다. 당연히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혹은 불합리한 조치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 사직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필수 지역의료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은 강경하다. 안 돌아온다"면서 "수술 차질은 불가피할뿐더러 지금도 간신히 버티는데 교수들도 관둘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병원 교수들 사이에서 이탈 조짐이 감지된다.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계속 가면 교수들도 관둘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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