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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59명' 담배로 사망…'흡연천국'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금연! 이제 다 바꾸자①] 더 자주, 더 많이 흡연하는 한국인
전자담배 출현으로 금연동기 악화…금연 시도율 50%선 무너져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24-05-31 05:00 송고 | 2024-05-31 08:32 최종수정
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서울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81억 명의 전 세계 인구 중 약 12%에 해당하는 10억 명이 담배를 피운다. 성인의 경우만 따져보면 남성은 10명 중 3명이, 여성은 12.5명 중 1명이 흡연자다.

전 세계 흡연자들이 소비하는 담배양도 어마어마하다. 연간 약 6조 개비, 하루 평균 165억 개비가 전 세계 흡연자들에 의해 연기로 사라진다.
한국인의 담배 사랑(?)은 더욱 유별나다. 한국 흡연자 수는 2021년 기준 성인 남성 31.3%, 여성 6.9%로 전 세계 평균과 엇비슷하지만 흡연자들의 흡연 행태는 남다르다.

2015년부터 한국인의 흡연 습성을 분석·연구하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0명의 흡연자를 24시간 동안 추적관찰해 봤더니 한국 흡연자가 더 자주, 더 많이, 더 빠르게 담배연기를 흡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유별난 담배 사랑…타르·니코틴 3배 이상 흡입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흡연자들은 담뱃갑에 표기된 타르, 니코틴 함량의 3배 이상 흡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담뱃갑 측면에 ISO(담뱃갑에 표기되는 타르, 니코틴 함량을 측정하는 표준 담배시험법) 기준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각각 5.0mg, 0.5mg인 경우 한국인은 타르 15mg 이상, 니코틴 1.5mg 이상을 흡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담배가 해로운 건 만국 공통이지만 어떻게 피우느냐는 나라마다 다르다"면서 "한국 흡연자는 해외 흡연자에 비해 더 자주 피우면서 많이, 빠르게 피우는데 이 때문에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흡연은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흡연하는 남성의 경우 비흡연 남성에 비해 사망 가능성은 약 70% 증가한다. 여성의 경우 약 80%가 높아진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이에 따라 2019년 한 해 동안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5만8036명. 매일 159명이 담배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이 흡연으로 조기 사망하면서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비용은 6조 4606억 원에 달한다. 또 이들이 사망하기 전 질병 치료를 위해 드는 의료비, 간병비, 교통비 등에 4조 6192억 원, 치료를 받는 동안 생산성 손실 비용은 1조 1115억 원이다. 즉 흡연으로 인해 치료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 해 무려 12조 1913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인 막대한 손실과 개인 삶의 붕괴에도 금연 시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청이 19세 이상 흡연자를 대상으로 '최근 1년 동안 담배를 끊으려고 하루 이상 금연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한 흡연자는 2016년 57.5%→2017년 58.2%→2018년 52.7%→2019년 53.8%→2020년 52.5%→2021년 45.2%에서 2022년 46.5%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지난 10년 동안 금연 시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2021년도에 처음으로 50%선이 무너졌다"면서 "질병청에서 실시하는 조사는 굉장히 보수적인데 그 데이터가 십몇 년 만에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는 건 현실에선 담배를 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적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흡연자들의 금연 동기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전자담배다. 전자담배가 궐련형 담배에 비해 덜 해롭고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질병청 관계자는 "성인과 청소년 모두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흡연율을 조사하는데 흡연율이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착시"라며 "이 조사는 궐련형 담배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전자담배는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인의 현재 흡연율은 2018년 22.4%→2020년 20.6%→2022년 17.7%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청소년 흡연율 또한 2015년 7.8%→2020년 4.4%→2022년 4.5%로 하향세다.

◇ 한해 흡연 사망 5만8000명…금연시도율 50% 아래로 '뚝'

하지만 우리나라 흡연율은 줄어든 게 아니다. 이 통계엔 우리가 알던 전통적인 담배(궐련형 담배)의 흡연율이 담겼을 뿐, 흡연자라면 한 개 이상은 가지고 있다는 전자담배 흡연율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성규 센터장은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모를 정도로 냄새가 안 나는데 왜 금연을 해야 하는지 금연 동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지금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만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액상형 전자담배 공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22년 10월쯤 한 포털사이트에 '전자담배 액상'을 검색했을 때는 3만 7000여 건의 결과가 나왔는데 지난해 9월엔 7만 7000여 건이 나오더니 이달엔 10만 건을 돌파했다"며 "판매하는 사람이 이렇게 늘고 있다는 건 시장의 수요가 있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토록 급격하게 늘어나는 전자담배 사용량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선 전자담배 판매업체가 몇 개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판매업체뿐만 아니라 동네 깊숙이 스며든 전자담배 판매업체의 개수조차 파악을 못한다는 의미다.

판매업체 파악을 넘어 이 담배업체들이 어떤 성분을 담은 전자담배를 팔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마약이 들어간 전자담배를 권유한 뒤 성폭행을 하거나 육군 부대가 액상 대마에 뚫리는 등 전자담배의 폐해가 그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액상형 전자담배에 마약이 들어있지 않아도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전자담배의 건강 위해 데이터가 오랜 기간 쌓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도출된 문헌과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봐도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알레르기, 정신 문제 등의 위험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한다는 많은 근거들이 제시돼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치주질환과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커지고 수면 문제와 자살 위험도 높아진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확률은 물론 슬픔과 절망감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다.

임 교수는 "흡연 폐해에 대한 바이오 모니터링을 통해 유해 성분이 인체에 들어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지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 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누적된다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위해와 굉장히 다양한 질병들과의 연관성이 밝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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