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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철회…'넥스트 플랜'에 쏟아지는 관심

'국민 건강 우선' 방향성은 적절, '반입 차단' 투박한 방법론 문제
개별·사후 안전성 조사로 회귀…"수많은 제품 일일이 조사 한계"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나혜윤 기자, 이철 기자 | 2024-05-20 11:59 송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정부가 KC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국내 반입 금지를 추진했다가 불과 사흘 만에 이를 철회했다. 해외직구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인데, 정책의 정교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 건강 우선'이라는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제대로 설정했지만, '80개 품목에 대해 사전적으로 해외직구를 차단·금지'하겠다는 투박한 내용이 공감대를 이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번복한 정부가 이제는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안전성 조사에 대한 실효성 문제 등이 또 다른 논란으로 떠올랐다.

2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전날 국무조정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80개 품목에 대해 사전적으로 해외직구를 차단·금지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불과 사흘 전 발표를 뒤집은 것으로, 지난 16일 정부는 'KC미인증, 80개 품목의 해외직구 금지'조치를 발표하면서 내달 중 실시하겠다고 했다.
정부 입장이 바뀐 비경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직구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6일 정부 발표 직후 온라인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했다. 정부는 '소비자 안전 강화'를 내세웠지만, 소비자들은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데 비판 일색의 게시 글들이 도배됐다.

정치권에서도 설익은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인 SNS 계정에 "개인 해외직구 때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적었다. 한 전 위원장은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면서도 "개인의 해외직구 시 케이시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붉어진 해외직구 규제 논란과 관련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2024.5.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붉어진 해외직구 규제 논란과 관련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2024.5.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가 '80개 품목에 대한 위해성 조사 후 인체 유해한 제품들만 직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이번에는 안전성 조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에 더해 국내 중소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현행법에서도 위해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는 이뤄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판매하는 제품은 KC인증이 필요하다. KC인증이란 안전·보건·환경 품질 등 분야별 인증마크를 국적으로 단일화한 것으로, 예컨대 국내·외를 떠나 기업이 판매 목적으로 제품을 국내 유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인증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직구 제품의 경우 개인 사용 목적으로 구매했다면, KC인증 제품이 아니라도 반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낱개 상품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품들에 대한 인체 유해성 조사를 어떻게 일일이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값싼 가격을 무기로 밀려드는 해외직구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중소기업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KC인증'이 필수인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값싼 가격으로 쏟아지는 해외직구 제품들과의 경쟁도 모자라 보다 엄격한 안전성 기준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국산 제품은 정부의 주먹구구식 유해성 검사만 하면 되고, 한국산 제품은 KC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하나"라며 "한국중소기업 생산자만 봉이냐"라는 비판 글이 게시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법적 기준 없이 운영될 경우 위해상품 및 가품 등이 무분별하게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제재는 필요하지만, 실제 지키고 제한을 받는 건 국내 기업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숱한 논란에도 정부는 일단 국내에 반입된 80개 해외직구 품목에 대한 위해성 조사를 내달 중 실시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 제품에 대해선 개별‧사후적으로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80대 해외직구 품목은 어린이제품(34개), 전기‧생활용품(34개), 생활화학제품(12개) 등이다.

관세청은 물품 검사를 강화한다. 직구제품 판매자들이 세관에 제출하는 통관 요청서에 제품 모델명을 기재하도록 하고, 관세청 인력과 세관 X선 검사 설비 등을 확충하기로 했다.

1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중국발 장기 재고 화물을 정리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중국발 장기 재고 화물을 정리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환경부에서는 우선 조사대상 80개 품목 중 생활화학 제품 44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검사에 나선다. 방향제와 탈취제, 살균제 품목 등이다.

기존 생활화학제품은 해외 수입 시 신고 대상과 승인 대상으로 구분하는데, 이번 조치에 따라 환경부에서 맡게 될 44개 품목 중 12개 제품에 대해서는 '승인' 대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해제품 유통에 따른 피해발생 시 피해구제에 집중한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위해제품 유통·판매차단 시스템 마련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정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위해 제품을 발견하면 알리·테무에 이를 알려주고, 플랫폼 업체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소비자 보호 의무이행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해결, 법적 제재, 책임부과 등을 위해 해외 플랫폼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외에도 정부는 직구 금지 제품 관련 정보도 '소비자 24( www.consumer.go.kr )' 홈페이지에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일리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해외에서 직접구매하는 수많은 제품을 일일이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가 할일은 위해제품이 발견됐을 때 신속히 해당 제품의 판매를 차단해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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