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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아닌 '계획살인'…'무기징역' 가능할까[의대생 사건 그후]②

잇따르는 흉악범죄, 엄벌주의 여론 높아져…'범죄 억지력 없어' 반대 여론도 팽팽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024-05-12 07:00 송고 | 2024-05-13 09:01 최종수정
편집자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교제폭력 피의자는 1만3939명에 달한다.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교제폭력 사건 특성상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가·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다. 강남역 의대생 살인 사건이 연일 주목 받고 있지만, 교제폭력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뉴스1>은 '의대생 사건' 이후 개선해야 할 교제폭력 실태를 집중 보도한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 씨는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의대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5.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 씨는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의대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5.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이별을 통보한 동갑내기 연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20대 의대생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의대생 측은 예상외로 '계획범죄'임을 인정했다. 범행 당시 그는 심신미약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무기 징역'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엄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범행 2시간 전 흉기 구매하고 급소 공격

지난 5월 6일 오후 5시 20분. 서울 강남구 건물 옥상에서 한 남성이 서성거린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투신을 시도하던 최 씨(20대)를 제압한 후 인근 파출소에 데려갔다. 최 씨는 부모와 통화를 끝낸 후 "복용하던 약과 가방을 두고 왔다"고 말했다. 다시 현장을 찾은 경찰은 옥상 한쪽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진 피해자를 발견했다. 최 씨는 여자 친구인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해 범행했다고 실토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범행 2시간 전 거주지역인 경기 화성시 동탄 소재의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한 뒤 피해자를 불러낸 뒤 급소인 경동맥 부위를 20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피 묻은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에서 그는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계획 범죄였다고 밝혔으며,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것은 최 씨가 계획범죄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살인 범죄는 우발적 살인(4~6년)으로 인정받을 시 계획적 살인(23년~무기징역)으로 판단될 때보다 형이 훨씬 낮다. 우발적 살인의 경우 매우 드물긴 하지만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하다. 최윤종과 고유정 등 흉악범들이 재판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던 이유로 꼽힌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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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추후 재판에서 구형 및 선고 수위를 낮추기 위해 미리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하지만 설령 최 씨가 이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더라도 실제로 받게 될 형벌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나중에 법정에서 본인은 범죄 사실을 부인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판부에 호소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실제 계획을 세웠는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당사자 의사가 아닌 흉기 소지, 사전 검색 등 객관적 증거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강력히 처벌해야" vs "엄벌만이 능사 아냐"

최 씨는 어느 정도 수준의 처벌을 받을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의한다. 이중 최 씨가 저지른 교제 살인은 애인의 변심 또는 인간적 멸시, 가정불화, 채권·채무 관계에서 비롯된 불만 등의 사유로 인한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10~16년 사이 형이 선고되지만 가중 처벌될 경우 15년~무기징역 이상도 가능하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교제 살인의 경우 25~40년 사이로 징역형이 나오는 등 처벌 수위는 다양하다"면서도 "이번 (의대생 살인) 사건의 경우 흉기를 미리 들고 가 급소 부위만 여러 차례 찌른 점 등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실제로 무기징역이 선고되더라도 20년 이상 지나면 최 씨가 모범수로 가석방될 수 있다며 살인 범죄에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두드러진다. 입법 현황을 보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지난해 법무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새로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5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엄벌주의가 흉악 범죄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실질적 예방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 등 사형제가 집행되는 국가에서도 범죄자를 엄벌하면 흉악범죄가 줄어든다는 주장을 놓고 찬반이 분분하다. 사형제 폐지 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인권 침해 논란으로 해당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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