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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양보' 정부에 '백기투항' 하라는 의료계…대화 '빨간불'

'2000명' 한 발 물러난 정부…의협 "尹, 원점재검토 결단을"
의사들, 의료개혁 특위 불참…의료계 세 결집, '점령군' 논란도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4-21 05:00 송고 | 2024-04-21 10:23 최종수정
11일 오전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11일 오전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대학별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의 최대 절반까지 줄여 뽑을 수 있도록 한 정부안이 의사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의사 단체는 정부가 제안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20일) 브리핑을 통해 "(의대증원 자율조정안이) 고심의 결과라고 평가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도 "현실적으로 그게 어떤 생각에서 그렇게 발표됐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며 "합리적이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또 다음주로 예정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할 위원회 및 기구를 만드는 건 정부 고유의 역할이지만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있지 못한 특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게 의미없다고 보고 있다. 3월 말에 위원 추천 공문을 정부에서 보냈고 당시 의협은 차기 집행부가 답을 하기로 했다. 단지 이미 불참의사를 임현택 차기 회장이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2000명 증원'을 고집하던 정부가 대학이 처한 여건에 따라 앞서 배정한 증원인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뽑아도 된다고 허용한 것은 파격 그 자체다. 최대 1000명으로 쪼그라 들 수 있는 데도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되레 "2000명 증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반증"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수가 바뀐 양상이다. '의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의대증원을 밀어붙이던 총선 전이 '정부의 시간'이었다면,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에는 '의사들의 시간'으로 바뀐 것이다. 

의사들은 촉박한 시간도 자기들 편이라고 우기는 상황이다. 의협 비대위는 "이 문제(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를 해결할 시간이 정말 별로 없다. 25일에는 교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고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5월부터 사직하겠다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의 경우, 5월에도 학사일정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며 비상진료체제로 운영 중인 대학병원들도 5월까지 버티지 못할 거란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의들도 의대증원 자율조정을 수용한 정부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 아니면 복귀할 수 없다화고 못 박았다.

의협 비대위는 이런 종합적인 상황을 '대한민국 의료붕괴'로 규정하며 "회복 가능한 기간이 1주 남았다.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원점 재논의라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9일 "예정대로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바 있다. 사직서 제출 한 달이 되는 오는 25일부터 민법상 자동으로 사직 처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아산병원 등으로 구성된 울산대의대 교수 비대위의 경우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총 767명의 교수 중 56.4%에 해당하는 4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세브란스병원 등이 속한 연세대의대 교수 비대위도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교수 629명의 사직서를 취합해 학장에게 보낸 바 있다.

최창민 전의비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뉴스1에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정부 입장 변화가 없거나 (정부가) 이번 조정안 최대 폭(1000명)을 밀어붙이면 사직을 하겠다. 우리는 25일 이후 언제든 사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4.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4.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그러나 정부도 더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브리핑에서 "정치권이나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나 증원 1년 유예는 필수의료 확충의 시급성, 2025년도 입시일정의 급박성 등을 감안할 때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2000명 숫자에 집착하던 정부가 한발짝 물러서며 대화 분위기가 기대됐으나 원점 재검토로 결집한 의료계 반대에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더욱이 압도적인 여소야대 총선 결과에 고무된 의료계는 정부가 '2000명 증원'에서 물러나는 빈틈을 보이자 이를 계기로 더욱 결집하는 양상이다. 

전공의, 의대교수, 개원의 등 의대증원을 두고 시각도 따로, 해법도 서로 달라 사사건건 부딪혔던 당사자들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목소리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이끌어냈고, 윤석열 대통령과도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행정명령 철회 등 7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자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의협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에게 "대전협은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이나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 역시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부당한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도 준비하고 있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의사들이 이번 총선의 승자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치 점령군 행세를 하며 정부에 백기투항 하라고 하고 있다. 이래서야 대화가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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