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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 "그건 악마가 만든 약, 의사가 마약 딜러"[일상된 마약]⑥

디스크 수술 통증 때문에 시작…3일에 1장 정량인데 하루에도 몇번씩
단약 시도하자 온몸 부서지는 고통에 정신착란…IQ 74까지 떨어져

(서울=뉴스1) 기획취재팀, 박동해 기자, 유민주 기자 | 2024-02-12 14:22 송고 | 2024-02-12 17:56 최종수정
편집자주 '30분이면 가능' 피자 배달 광고에나 가능할 법한 문구가 '마약' 판매 홍보에 쓰인다. 마약사범은 폭증했고 심지어 10대가 청소년이 마약을 사고 판다. 마약의 확산세를 잡을 수 있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는 우려도 나온다. 뉴스1은 올 한해 마약 문제를 다루는 연속 기획을 시작한다. 그 첫번째 이야기로 '마약경험자'들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전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해가 안 돼요.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또 갈망이 오는지 이해가 안 돼서 진짜 미쳤나, 정신이 빠졌나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고를 하는 걸까 그럴 때마다 힘들었어요"

펜타닐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정신병원 입원까지 선택했던 예나(가명·27·여)는 극심한 금단현상을 경험하고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약을 원하는 반응을 보일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졌다고 했다. 그때마다 자해했다는 예나의 두 팔뚝에는 눈금자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피가 굳어 딱지가 앉아 있었다.

2020년 3월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은 예나는 수술 후에도 극심한 고통에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을 처방받았다. 패치 형식으로 몸에 붙이고 있으면 고통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치료를 목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사용했던 펜타닐 패치는 점차 예나의 삶을 지하로 가라앉혔다.

3일에 1장이 정량이었지만 어느새 하루에도 몇번씩 패치를 갈아붙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번 처방을 받으면 10장, 한 달 치의 펜타닐 패치를 받았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다 보니 병원을 찾는 간격이 한 달에 한 번에서 2주에 한 번, 1주에 한 번, 마지막 3일에 한 번으로 짧아졌다.

아편 계열의 진통제인 펜타닐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 생활이 반복됐다. 일을 하는 것은커녕 한 바퀴 산책하는 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약을 끊어보려 했지만 참기 힘든 금단증상이 찾아왔다.

예나는 "행동이 이상해지면서 끊어보려고 했는데 12시간 만에 온몸이 깨질 것같이 아프고, 추웠다가 더웠다가 토했다가 온몸에 구멍이란 구멍에선 다 뭔가 나오고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심했어요"라며 고통 때문에 다시 약을 하는 행동이 반복됐다고 했다. 단약의 고통을 생각하며 "펜타닐은 정말 악마가 만든 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약 1년간 약에 취해 살다가 주변의 권유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고 나서야 제대로 약을 끊게 됐다. 병원에서도 신경쇠약, 인지능력 저하, 정신착란 등의 증상을 보였다. 논리적 사고도, 차분히 말하는 하는 것도 힘들었다. 아이큐 검사를 했더니 '74'라는 숫자가 나왔다. ’경계성 지능’으로 볼 수 있는 수치였다.

4개월가량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사투를 벌이고 난 예나는 이제는 마약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일도 하고 돈을 벌게 되면서 사회로 복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년 정도 뒤인 2022년 10월 경찰에서 마약류 오남용 혐의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를 비정상적으로 처방한 병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투약 사실이 확인됐고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검찰은 예나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처방을 많이 받은 것과 마약류 관련 처벌 전력이 있는 것이 문제가 됐다. 예나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친구의 부탁으로 수면진정제를 대신 처방받아 건네준 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예나는 "그 동생이 '수면제를 구해주지 않으면 펜타닐 처방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서도 펜타닐 투약이 적발될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도 못했다.

예나는 약을 시작한 것은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지만 남용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한다. 다만 약을 끊고 끝없을 것 같았던 금단의 고통을 극복하고서야 다시 삶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예나는 자신이 다녔던 병원에서 의료용 마약류인 펜타닐 처방 요한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일에 한 번 한번 처방을 받으러 갈 정도로 예나의 상태가 심각해졌을 때 병원은 미리 처방전을 뽑아 놓았다가 건네 주기도 했다.

예나는 "의사 탓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의사라면서 '너 이거 계속 붙이면 못 끊는다' '이거 안 될 것 같다 같다' 이런 말은 하지도 않고 그냥 줬어요. 마약류라는 거 자기도 알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예나에게는 의사가 마약 딜러이고 상선(마약 판매상)이었던 셈이다.

예나는 실형만 피할 수 있다면 미래를 계획하면서 더 열심히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정말 나락까지 갔다가 기어 올라왔어요. 약을 끊을 정도의 의지력이면 다 할 수 있어요"라며 평범한 삶의 기회가 다시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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