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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人災] 공사장 인부의 증언 "시멘트 불량 얘기해도 넘어가"

①결국 '돈돈돈'…돈에 쌓이고 돈에 무너지는 공사장들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노선웅 기자, 김도엽 기자 | 2022-01-22 07:12 송고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 제거되지 못한 잔해물이 보이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결국은 다 돈 때문이지."

공사현장에서 만난 5년차 인부의 한 마디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붕괴사고의 원인과 주변 인부들의 반응을 하나로 압축하고 있었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5년간 일어난 굵직한 공사현장 붕괴사고만 10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건설업 안전관리자 선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안전보다 비용 절감과 수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돈에 논리'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당장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구역 철거 붕괴사고도 결국 돈 때문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해체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진 것인데, 당시 경찰은 건물 해체 과정에서 무리한 공사 진행이 붕괴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 이면에 안전관리 부실과 재개발 사업 비리 문제가 얽혀있다는 게 드러난 바 있다.

같은해 4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발생한 철거 현장 붕괴사고도 마찬가지다. 지하 3층, 지상 9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의 지상 4층을 철거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3층에서 작업 중이던 A씨(59)가 추락해 숨졌다.

경찰수사 결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적재물들이 규정과 달리 지상 4층에 쌓이면서 하중이 늘어난 것이 붕괴의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원청과 하청의 안전관리 및 감독이 부실한 상황에서 편의와 속도만 좇다가 발생한 참사였던 셈이다. 심지어 업체는 A씨에게 추락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대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이어 같은달 4일에도 비슷한 이유로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철거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계림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한옥 목조 1층 단독주택이 붕괴해 노동자 4명이 매몰됐고 그 중 2명이 숨졌다.

정밀조사 결과 해당 한옥 주택은 내부 벽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기둥과 보강재 사이의 고정이 부실하게 시공돼 지붕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었다. 이 역시 부실한 시공을 방치해 발생한 참극이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붕괴사고에 현장에선 그 원인이 '여전히 안전보다 경제성이나 편의를 우선시하는 작업 환경에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19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만난 감리자 황모씨는 "광주 사고 이후 뒤늦게 노동부에서 인원들이 나와 며칠째 현장 안전을 검사 중"이라며 "작업자의 부주의도 있었겠지만 시공사와 감리 쪽에서 관리 소홀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리 쪽 일을 하는 입장에서 아무리 꼼꼼하게 해도 크고 작은 사고는 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만큼 건설 현장은 위험한데 이번 사고는 더 안일했다"고 진단했다.

검사관 유모씨는 "사고나는 건 서둘러서 그렇다. 골조작업을 대충하거나 타설을 대충하거나 이번 사고도 그렇다"며 "하루하루가 다 돈이니까 서둘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5년차 인부 나모씨는 "우리가 왜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일 하겠느냐"며 "소형크레인 하나 쓰는 것만 해도 인도나 차도를 가로막아 뭐라고 하지,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오지 등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없이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사람 없을 때 서두르는 것"이라며 "작업을 빨리 마쳐야 우리도 돈을 더 받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나씨는 "이번 광주 사고의 원인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며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혀야 했는데 그렇게 안 해서 벌어진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시멘트 마감을 담당하는 인부 박모씨 역시 "여러 현장을 다녔지만 규모가 크든 작든 비슷하다"며 "우리들끼리 이거 시멘트 불량이다, 자재 불량이다 얘기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는 "(안전관리) 검사를 나오면 우리는 그냥 밥을 먹으러 가거나 휴게실로 쉬러 간다"며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우리만 다치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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