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미란이 "'쇼미9' 이후 번아웃 오기도…솔직한 내 이야기 들려주려 해"[N인터뷰]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1-12-05 07:00 송고
에어리어 © 뉴스1
에어리어 © 뉴스1
래퍼 미란이가 데뷔 후 첫 EP를 들고 돌아왔다. 엠넷 '쇼미더머니9'(이하 '쇼미9')으로 주목받은지 약 1년 만이다.

미란이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첫 번째 EP '업타운 걸'(UPTOWN GIRL)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릴보이와 미란이가 주고받는 리드미컬 래핑이 매력적인 타이틀곡 '티키타'(Feat. 릴보이)를 비롯해 '업타운 걸', '지겨워서 만든 노래'(Feat. Skinny Brown), '람보!'(Feat. UNEDUCATED KID), 'P.S.'(Feat. JAY B), '난 진짜 멋지게', '데이지 리믹스'(Feat. Paul Blanco, ASH ISLAND) 등 총 일곱 트랙이 수록됐다.

'업타운 걸'은 미란이가 '쇼미9' 이후 1년 만에 내놓는 성과물이다. 화려한 변화와 혼란, 그 사이에서 겪었던 감정들을 '업타운 걸'에 녹여냈다. 미란이는 모든 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으며, 앨범 콘셉트부터 세세한 스토리텔링까지 직접 기획하고 음악으로 풀어냈다. 레이블 에어리어 수장인 그루비룸은 총괄 프로듀싱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첫 EP가 세상에 나오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미란이는 '쇼미9' 종영 이후 번아웃에 빠졌고, 음악 작업에 몰두했음에도 한 달 넘게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했다. 이후 부담감을 덜어내자고 생각한 그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적어 내려 갔고, 이후 좋은 곡들이 쏟아졌다. '업타운 걸'이 그 결과다. 미란이는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의의를 뒀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업타운 걸'로 돌아온 미란이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에어리어 © 뉴스1
에어리어 © 뉴스1
-첫 번째 EP '업타운 걸'이 발매됐다. 데뷔 후 첫 EP를 낸 소감은.

▶'쇼미9' 종영 이후 1년이 지나는 시점에 내는 첫 앨범이다. '업타운 걸'은 '부유한 집안의 소녀'라는 의미인데, 내 과거와는 다른 역설적인 단어다. 어릴 땐 좋은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을 부러워했는데, 이젠 나도 그런 노래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쇼미9' 이후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 '업타운 걸'이 된 미란이의 적응기를 담은 앨범이라고 봐달라.

-타이틀곡은 '업타운 걸'이 아닌 '티키타'다. 이유가 있나.

▶원래는 1번 트랙인 '업타운 걸'이 타이틀이었는데, 이후 '티키타'가 만들어지고 이 곡이 더 '나'스럽다고 느껴졌다. 환경이 바뀐 뒤 문을 잠그고 싶은 느낌이 들어 두려울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두 낫 디스터브'(Do not disturb)라는 문구를 보고 '내 마음에도 이런 푯말을 걸어놓을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게 '티키타'다. 다시 문을 열고 사랑하면서 잠그고 싶은 마음이 풀렸으면 하는 이 곡에 애정이 가 타이틀로 변경하게 됐다. '티키타'는 멜로디 라인에 살짝 촌스러운 느낌이 있는 것도 좋고, 처음으로 들려드리는 사랑 노래라는 것도 주목해주셨으면 한다.

-'업타운 걸'은 '쇼미9'로 많은 주목을 받은 후 1년 만에 내는 앨범이지 않나. 부담감도 컸을 듯하다.

▶사실 올해 6월까지는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7월부터 내 앨범을 준비하려고 작업실에 앉았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써지더라. 한 달 동안 빠짐없이 작업실에 와서 놀지도 않고 앉아 있었는데 한 자를 못썼다. 번아웃에 빠진 거다. 하도 곡이 안 나오니까 그루비룸 오빠들도 걱정하고, 나도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때는 'VVS' 속 미란이에 스스로 갇혀 있지 않았나 한다. 혼자 틀을 만들다 보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까 화가 나더라. 원하는 걸 하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다 '버려지더라도 한 번 써보자' 싶어 곡 작업을 시작했고, 이를 기점으로 앨범 작업이 이뤄질 수 있었다. 내 솔직한 감정을 일기처럼 쓰니 다양한 곡이 나왔다.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고. (작업하면서) 부담감을 떨치려고 많이 노력했다. 욕심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는데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다. 오래 하고 싶은데 계속 신경 쓰면 결국 힘든 건 나니까. 원하는 이야기를 보여준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앨범을 준비하며 그루비룸이 해준 조언이 있는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오빠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장난으로 두 분을 엄마, 아빠라고 하는데 조언 방식이 다르다. 휘민 오빠는 아빠처럼 엄격하다. 멋이 없으면 표정에서 드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곡이 좋으면 칭찬을 많이 해준다. 규정 오빠는 스튜디오 앉아서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준다. 두 분에게 감사하다. 아직 안정감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회사와 프로듀서들이 생겨 조금이나마 안정이 생겼다.

-타이틀곡은 '쇼미9'로 인연을 맺은 릴보이가 참여했는데.

▶릴보이와는 엠넷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릴머니'를 두 달 동안 같이 하고 곡을 내면서 친해졌다. 워낙 힙합신에 오래 있던 선배님이고 나도 그분의 음악을 듣고 자랐는데, 같이 작업을 하게 되니 얼떨떨하더라. 그러다 '티키타' 피처링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해주셨다. 한 번 작업해서 덤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내주신 작업물을 내 거랑 붙여서 들으니까 '내가 릴보이랑 작업을 하다니' 싶어 너무 감격스러웠다.

-미란이를 말할 때 '쇼미9'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서바이벌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다고 생각하나.

▶나는 잘 못 느끼겠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성장했네' 이런 건 모르겠는데, 가끔 다시 보면 '내가 이걸 어떻게 썼지?' 싶은 건 있다.(웃음) '람보!'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는데 '다음에 낼 수 있을까' 싶고. 그래도 주변인들이 랩이 많이 늘었다고 하니까 그런 말을 들으면 좋다.

-'쇼미9' 이후 꿈꾸던 삶을 살고 있나.

▶그렇다. 꿈꾸던 걸 실현하고 있는 게 놀랍다. 달라진 삶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에 대한 스토리를 이번 앨범에 담았다. 지금은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쇼미9'에서는 본인이 활약했고, 시즌 10에서는 신스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처럼 여성 래퍼들이 힙합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뿌듯하겠다.

▶여성 래퍼들의 설 자리가 많아져 좋다. 사실 힙합 자체가 흑인 남성들로부터 시작된 문화이고, 남성 래퍼들 비율이 높다 보니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있다. 가사에 돈, 여자, 약이 빠지지 않고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평가하기도 하는데 그런 가사는 따라갈 수가 없다. 패션이나 비주얼도 나한테 안 어울리는 게 많고, 스킬적인 부분에서 한계도 있다. 하지만 여성 래퍼들이 꾸준히 랩을 하고 있기에 나나 신스를 통해 많은 분들이 가능성을 느끼고, 우리가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앨범에 앞서 공개된 프리 싱글 '람보!'(Lambo!)가 미국 아이튠즈 힙합/랩 차트 6위,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2위에 오르며 한국 래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어릴 때 공부쟁이였는데, 습관처럼 결과물이 나와도 덤덤하려고 노력했다. 들떠서 흐트러지는 내가 싫더라. 음악을 할 때도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덤덤하려고 한다. 물론 감사하고 좋지만 흘려보내자는 마음이다.

-지난 6월에는 라미란과 컬래버레이션한 음원 '라미란이'를 발매하지 않았나.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어느 날 송은이 선배님께 연락이 와서 놀랐다. 이름을 미란이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라미란 선배님은 노래도 잘하시고 에너지가 너무 좋다. 쿨한 선배님을 보면서 매사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활동하는 내내 너무 재밌었고 뜻깊었다.

-미란이의 힙합을 정의하자면.

▶내 삶. 내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고, 이게 사람들 마음에 닿았을 때 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곡을 만들다 보니 내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듯하다. '쇼미9'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내 얘기를 안 했더라. 내 단어들로 내 얘기를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VVS'에 적나라하게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의 삶은 평탄한 길이 없는 거친 돌밭 같았지만, 그게 내게 피와 살이 됐다. 앞으로도 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나를 통해 나와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얻었으면 한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내년 1월에 에어리에 유럽 공연에 참여할 예정이다. 해외 무대에서 처음으로 나가는 거라 기대가 된다. 유럽에 팬들이 있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데, 현지에서 직접 공연을 하며 팬들을 만나보고 싶다.


breeze52@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