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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로 "한 번 해줘"…스마트폰 성폭력, 중학교까지 침투

음란문자, 폰카 등 피해사례 늘어…서울, 중학교 가장 많아
'동조심리' '호기심' 등 학생 심리특성 따른 것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016-07-02 07: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중학교 2학년 A군은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는 여학생들을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했다. 이를 알게 된 여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알렸고 학교는 수사기관에 신고한 뒤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개최했다. 피해 학생은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B군은 같은 반 C양의 휴대폰으로 3회에 걸쳐 "ㅅㅅ(성관계를 이르는 말) 한 번 하자. 야! 너 00봤냐? ㅅㅅ 한 번 해줘"라고 문자를 보냈다. 수치심을 느낀 B양은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리고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폭력이 학교 현장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늘어난 학교 성폭력 가운데 음란문자와 전화, '폰카' 찍기 등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성폭력이 등장했다.

또 서울에서 학생 간 성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중학교로 조사돼 호기심이 늘어나는 시기에 성폭력이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2배 늘어…스마트폰이 주원인

2일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의 '학교 성범죄 근절을 위한 학교문화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청소년 중 성폭력 가해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남학생의 경우 2004년에는 14.3%였던 가해비율이 2013년 37.6%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 학교 내 성폭력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은 2004년 9.9%에 불과했던 가해경험자가 2010년에는 17.5%, 2013년에는 18.8%까지 늘어났다. 여학생 5명 중 1명 꼴로 학교에서 성폭력을 가한 셈이다. 

이러한 학교 내 성폭력 증가는 스마트폰의 발달과 보급이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14년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각각 84.6%와 92.9%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더욱 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많은 음란물을 접하다 보니 둔감해지고 결국 실제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학교 내 성폭력이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2004년에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학생 중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등으로 성폭력을 가한 학생은 남학생과 여학생 통틀어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남학생의 경우 2007년에는 1.2%, 2013년에는 3.4%로 증가했다. 여학생도 2007년 0.5%에서 2013년 1.5%로 늘어났다. 이는 OOO톡 등 익명 채팅이 가능한 스마트폰 메신저의 보급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제공)© News1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제공)© News1

특정 신체부위를 찍는 '폰카찍기'로 성폭력을 가한 학생도 늘어났다. 남학생의 경우 2004년 0%에서 2010년 1.5%, 2013년 1.6%로 증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옥희 한영신학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휴대폰을 통한 신종 성폭력 범죄들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스마트폰 기술발달로 좀 더 고화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한 피해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교수는 "신체접촉같은 실제 시도보다 폰카찍기, 음란문자 등이 아직 겁이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더 쉽게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춘기 접어든 중학생 가장 많아…"분위기 휩쓸리는 탓"

음란 전화와 문자, 폰카 찍기를 비롯한 학생간 성범죄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심의를 가장 많이 받은 학교는 중학교로 조사됐다. 서울시교육청이 2014년에서 2015년 8월까지 학교내 성폭력과 성추행 등으로 위원회 심의를 받은 경우를 조사한 결과 중학교가 2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교는 87건, 고등학교는 61건이었다.

중학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왕성한 성적 호기심에 비해 그에 맞는 성폭력 예방교육이 따르지 못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친구를 따라 행동하려는 동조심리도 이유로 꼽혔다. 

연구팀은 "신체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 시기에 적절한 성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특히 성적 호기심이 매우 강해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하는 행위가 많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교수는 "고등학생에 비해 중학생은 입시나 학업 스트레스가 비교적 덜하다. 특히 이 시기는 처음 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라면서 "이때는 자기 개념이 확실치 않아 친구들 동조에 의한 청소년 비행이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전문상담교사는 "중학교는 한두 명만 (성폭력과 관련한) 장난이 심한 애들이 있으면 그 학급 분위기는 그게 장난으로 여겨지는 학급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이 장난으로 시작한 성폭력이 학급 전체로 퍼져 자칫 일반적인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 D씨는 "'나쁜 행동이다' '안 된다'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며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성교육을 강화해 얼마나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가져올 수 있는지 학생들이 절실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jhlee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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