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본사에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 추진을 위해 그룹 계열사 관계자들로 꾸려진 태스크포스팀(TFT)/사진=전병윤 기자© News1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 고속철도 건설에 필요한 그룹 계열사의 전방위적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계동 본사에 각 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철도사업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성 검토와 실무지원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프로젝트를 이끄는 주관사를 맡고 시공과 엔지니어링을 맡을 기업들로 컨소시엄을 꾸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계열사인 고속철 차량 제조사인 현대로템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사업 검토와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개성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로 가는 고속철도 사업이외에 평양을 지나 정주역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나진까지 이어지는 철도사업도 앞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간 뿐 아니라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 전문가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두번이나 완주했을 정도로 대북 철도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김한신 G-한신 대표가 찾아와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코레일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관련 사업의 진행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중간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된 건 사실상 중국의 국영기업인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와 손잡고 사업을 진행할 경우 '대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업체들이 중국 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 사업을 마친 후에도 북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변경하거나 파기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도 측면지원 "남·북 경제협력 물꼬 트여야" 만약 정부가 이번 사업에 대해 경직된 대북 정책을 고수할 경우 우리기업의 프로젝트 참여는 물건너가고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업체로 뺏길 가능성도 있다. 대북경제협력의 물꼬는 다시 막힐 뿐 아니라 광산개발권 등이 모두 제3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도 이번 사업을 예의주시하며 정부의 결단을 끌어내기 위한 물밑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북한은 지리적 특성상 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철도사업은 광산개발권과 맞물려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이번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의 정치적 불안이 잠잠해지면 중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북한의 광물자원은 희토류로 화학적 안정성과 열 전도성이 뛰어나 스마트폰·카메라·컴퓨터·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첨단장비에 쓰이는 금속이다. 북한의 희토류산화물 매장량은 최소 4800만톤에서 최대 2억톤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산화물 매장량 1위 국가인 중국은 8900만톤을 보유해 북한과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남·북간 자원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이 북한의 고속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고 있다"며 "다만 북한의 정치적 상황과 한국·미국·중국 등 여러 나라의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모든 것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광산개발과 같은 부차적인 수익권 확보가 어려울 경우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 박사는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은 민간자본을 건설한 후 일정기간 운영을 통해 공사비를 회수하는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을 적용하면 이용량 부족으로 30년간 운영해도 사업비를 회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의 모기업인 상지치업공사는 우리나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처럼 상업용지를 개발하는 공기업이긴하지만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의 자본금은 80억원에 수준에 불과해 수십조원이 넘는 고속철도 공사의 자금 조달을 홀로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G-한신·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는 어떤 기업?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G-한신은 1998년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하고 있다. 북한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식품가공 사업에 진출해 라면과 조미료 생산과 유리제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2001년 통일부로부터 남북경협사업자 승인을 받았다.
G-한신은 이밖에 철광석광산개발과 북한의 건설에 필요한 레미콘 공장 가동 등 광물개발사업도 벌이고 있다. 2009년 포스코 대북사업 합의서 작성과 컨설팅에 참여했고 2010년 레미콘 공장 설비 반입을 마쳤다. 2012년에는 북한의 무산광산 개발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G-한신과 합작사를 설립한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는 중국 상무부 소속의 상지치업공사가 전액 출자해 만든 회사다. 상지치업공사는 우리나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처럼 상업용지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는 상지치업공사 관계자나 친인척들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질적인 공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는 2010년 북한 나선 경제특구에 20억달러를 투자, 화력발전소와 제철소를 건설하고 무산 자철광산과 지하광물 자원 개발에 나서기도 했을 정도로 대북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