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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요"…자영업자들, '노란우산'도 접는다

소상공인 '최후 보루' 폐업공제 지급 전년比 20% 증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지도 증가…"지원책 현실화 필요"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2024-02-28 06:02 송고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폐자재가 널브러져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폐자재가 널브러져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재료비부터 임대료, 인건비까지 안 오르는 게 없는데 손님도 없고…. 여기서만 10여년을 장사했지만 이젠 정말 힘드네요."

부산 해운대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저녁시간임에도 절반이 비어 있는 가게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꾸준히 쌓아 온 노란우산 공제금 수령도 고려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위기로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노란우산 공제를 중도 해지하거나 가게 문을 닫고 폐업 공제금을 수령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11만15건으로 역대 최다치를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20.7% 늘어난 수치다.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의 생활 안정을 위해 운영하는 공적 공제제도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고 있다. 공제부금은 월납 기준 5만 원부터 최대 100만 원까지 1만 원 단위로 납부할 수 있다.
폐업 시 받게 되는 노란우산 공제금은 소상공인에게 퇴직금의 성격으로 은행의 대출 연체나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 대상이 되지 않아 '최후의 보루'라고도 불린다. 납부 부금에 대해서는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소득공제도 가능하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 규모는 1조2600억 원에 달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900억 원 이상 늘었다. 폐업 공제금 지급액이 1조 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7개 시·도별로 따져봐도 지급 건수와 액수는 전년 대비 모두 늘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시중 금리와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지표로 드러난 것"이라며 "늘어난 가입자 수를 고려해도 폐업 공제금 지급 증가율이 더 많이 늘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자들이 최대한 손해 보지 않도록 공제 사유를 확대하고 경영 중에도 가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육, 정책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란우산공제 중도 해약도 늘어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2022년 4만5000건이었던 중도 해지 건수는 지난해 7만1000건으로 2만6000건 증가했다.

임의 해지 시 기타 소득세 16.5%가 부과되지만 생활 자금이나 사업 운영에 보태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약을 선택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공제는 미래에 있을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안전망 개념에서 가입하는 것인데 해약이 는다는 건 미래를 생각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그 돈을 납부할 돈도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연 매출 3000만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에너지 지원금 등 정책의 대상자 선정 방법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차 본부장은 "연 매출 3000만 원이면 월 250만 원 수준인데 임대료와 부가비용이 나가면 사실상 빚져서 장사하는 것"이라며 "그 효과를 부정할 순 없지만 이러한 지원에 영업이익에 준하는 지표를 적용해 정책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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