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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없으면 가족 모두가 편해" 수면제 커피 먹여 잠든 남편 흉기 살해한 아내 '집유'[사건의 재구성]

'경제활동 전무' 남편, 폭력까지…살해 당일도 지속적 성관계 요구
국민재판 1심, 만장일치 집유…항소심도 "참작 사정 충분" 집유

(울산=뉴스1) 임수정 기자 | 2023-12-08 06:00 송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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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잔, 흉기 그리고 베개. 세 아이의 엄마이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30대 A씨가 남편을 살해하고 가난과 폭력으로 얼룩진 17년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데 이용한 범행 도구다.

2022년 7월 21일 A씨는 새벽부터 술에 취한 남편 B씨의 강압적인 성관계 요구에 시달렸다. 하지만 성관계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화가 난 남편은 "안 되겠다. 찢어서라도 해야 되겠다"며 폭언을 하기도 했다.
A씨가 아침 식사를 만들고 아이들 등원 준비, 시어머니 출근 준비를 하는 중에도 남편의 성관계 요구는 계속됐다. 

A씨는 "씻고 오면 잘 될거다"라며 남편을 화장실에 보냈다. 남편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서랍에서 수면제 졸피드정 14알을 빻아 넣어둔 약통을 꺼내 남편이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에 털어 넣었다.

남편은 화장실에서 돌아와도 성관계를 시도했지만 성관계가 되지 않았고, 화를 내며 소주와 수면제를 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술과 수면제 탓에 완전히 잠에 들게 된 남편. 그를 보자 A씨의 머릿속엔 '남편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A씨는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흉기를 가져와 남편의 왼쪽 손목을 약 4번 그었다. 남편은 손목에서 많은 피가 흘렀지만 죽지 않고 코를 골며 계속 잤다. '남편이 일어나면 내가 죽거나 가족들이 다 죽는다'는 생각이 들자 A씨는 옆에 있던 베개를 양손으로 들고 남편 몸 위로 올라타 베개로 남편의 얼굴 부위를 힘껏 눌렀다.

몸이 축 처지고 호흡이 끊긴 남편. A씨는 범행 직후 119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사람을 죽였다"고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남편은 2017년 건축 관련 사업을 하다 실패한 뒤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A씨는 세 아이를 데리고 시어머니 집에 들어가 살게 됐다.

남편의 가정폭력이 계속되자 간호조무사였던 A씨는 남편 살해에 앞서 2022년 5월에도 양산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남편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자 음료에 이를 섞어 마시게 해 잠들게 했다.

이후 A씨는 두 달 뒤에도 이 병원에서 같은 수면제 14알을 처방받아 남편이 폭력 성향을 보이면 쓰려고 집안에 수면제를 준비해 뒀다. 범행 당시 A씨가 사용한 수면제였다.

울산지방법원 청사 /뉴스1 © News1 DB
울산지방법원 청사 /뉴스1 © News1 DB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배심원 의견 그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가치지만, 지속해서 가정폭력을 당해온 점, 남편이 없어져야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극단적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봤다.

이어 “A씨를 다시 구금하면 자녀들이 부모의 부재 속에서 성장해야 하고, 남편 유족들도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의견이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을 갖진 않지만,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배심원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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