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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불화의 씨앗?'…술김에 '가정사·돈얘기', 극심한 다툼으로

부산 추석·설날 연휴 가정폭력 신고 평상시보다 약 50%↑
"취업·결혼 때문에 추석 부담스러워"…세대 간 '심리적 경계선' 지켜야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박상아 기자 | 2023-09-28 07:00 송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2020년 9월30일 추석 연휴 첫날 A씨(68)는 충남 아산 소재 자신의 집에서 누나, 매형과 술을 마시다 "아파트를 팔아서 내 용돈도 좀 주고 누나도 나눠줘라"는 매형의 말에 흉기를 휘둘렀다. 매형을 살해하고 누나를 다치게 한 A씨는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4일 60대 여성 B씨는 부산 북구의 집에서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씨가 추석을 앞두고 앞으로 차례 음식을 만들지 말자면서 다툼이 벌어졌는데, B씨는 참지 않고 요리에 사용하던 흉기를 집어 들었다.
민족 명절 추석은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친척을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지만,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위 사례처럼 흉기 난동, 제사 음식 준비로 인한 불화 외에도 취업 문제 등을 놓고 자식과 부모 사이의 말다툼이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명절 연휴 기간 가족 간 갈등은 끊이질 않는다.
2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추석 연휴 기간 일평균 가정폭력 112신고 건수는 57.4→50→43→51.6→57.3건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 역시 63.5→61.8→52→36.8→54건으로 지난해 약 4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추석과 설날 모두 평소보다 연휴 기간에 가정폭력 신고가 50% 정도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추석 명절을 5일 앞둔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성묘를 하고 있다. 2023.9.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추석 명절을 5일 앞둔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성묘를 하고 있다. 2023.9.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간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지역 이동량도 차츰 정상화하고 있어 가족 간 불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의 '통신 모바일 인구이동량 통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주차의 관외 이동량을 살펴보면, 2019년 3993만→2020년 3595만→2021년 3570만→2022년 4040만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술이 갈등, 범죄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연휴에는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여 음주를 즐기는 만큼 술김에 나오는 가정사, 돈 이야기가 극심한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언제 취업할 거니' '언제 결혼할 거니' 등 아픈 부분만 콕콕 찌르거나 다른 집안과 비교하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경우 서로의 감정의 거리만 떨어뜨릴 뿐이다. 기성세대는 '덕담'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랫 세대에게는 '꼰대'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듀윌이 최근 20~40대 성인 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연휴 갈등을 일으키는 대화 소재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연봉·회사 규모 등 취업 관련'(42.1%), '대학 입시 또는 성적'(15.8%), '결혼 유무 및 시기'(14.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추석이 부담스러운 이유로는 '가족과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원만한 대화법이 결여되면 쉽게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의한다. 각자의 서열에서 자녀면 자녀, 부모면 부모, 자신의 '심리적 경계선'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미경 부산가족상담센터장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게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윗사람이 먼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랫사람한테 '네가 바뀌어야 한다'는 태도는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아랫사람에 대해선 기대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며 "대학 진학이나 결혼 등 아랫사람이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직접 도와주지 않는 이상 괜히 말로 상처를 주거나 혼내면서까지 관계를 어그러뜨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추석 연휴 기간 특별방범대책을 추진해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재발 우려 가정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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