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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ASML 뉴캠퍼스 신축 공사 계획. (쌍용건설 제공) |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2024년 말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하기로 한 '화성 뉴 캠퍼스'의 준공이 내후년으로 밀렸다. 뉴 캠퍼스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말 준공 예정이었던 '화성 ASML 뉴 캠퍼스'가 최소 1개 분기 이상 뒤인 2025년 4월로 준공 시점이 미뤄졌다. 일각에선 중국 수출통제 및 반도체 업황 둔화와 동시에 대만 투자를 위해 속도 조절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물론 미국 인텔, 대만 TSMC와 같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어 '슈퍼을(乙)'로도 불린다.
앞서 ASML은 2021년 화성시·경기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24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1만6000㎡ 부지에 2024년 말 준공 계획으로 뉴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뉴 캠퍼스는 지하 4층에서 지상 11층 규모의 2개동 건물에 △심자외선(DUV)ㆍ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제조 센터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연합지구)다.
지난해 11월 15일에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뉴 캠퍼스에 대한 전략과 2024년 말 준공 계획을 전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첫 삽을 뜨기 위한 착공식도 열었다.
하지만 화성 뉴 캠퍼스의 시공사는 올해 3월에 선정됐다. 작년 11월 착공식 이후 시공사 선정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현재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지하 공사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ASML이 밑그림을 그린 뒤 업체 선정까지 인터벌(시간간격)이 발생했다"며 "사업계획과 실제 착공 사이에 텀이 생길 수는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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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송동에서 열린 ASML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착공 버튼 세리머니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대사, 이원욱 국회의원, 마틴 반덴브링크 ASML CTO, 김동연 경기도지사, 피터 베닝크 ASML CEO, 정명근 화성시장, 정종영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 (ASML 제공) |
한편 반도체 업황 둔화로 ASML의 EUV 장비 주문이 지연되고 있고, 미국 제재에 따라 중국으로의 EUV 장비 공급도 막힌 상태다. 특히 글로벌 주요 지역에 우선 투자를 진행하는 등 전체적인 전략 수정을 하면서 지연이 발생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수요 불안 확대로 (TSMC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납품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ASML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베닝크 CEO도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하이엔드 장비에 대한 일부 주문이 미뤄졌다"며 "단기적인 관리"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ASML은 아시아 거점 지역인 대만에 공을 들이고 있다. ASML은 대만 내 신주, 신베이시 린커우, 타이중, 타이난 등에 거점을 두고 반도체 소프트웨어, 전자빔 측정 및 테스트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선 미국과 마찬가지로 장비 연구·생산시설도 운영 중이다. 이는 국내에 기존 ASML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재제조시설과는 다르다. R&D는 물론 ASML의 장비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이다.
투자 또한 확대·진행 중이다. 지난달 30일 대만 중국시보는 대만 당국이 ASML의 104억 대만달러(약 4318억원) 규모의 투자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프레데릭 슈나이더 마우노우리 ASML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예방한 자리에서 밝힌 300억 대만달러(약 1조2456억원)의 투자계획 중 일부다. 이 투자는 대만 북부 신베이시에 공장을 짓기 위한 것으로 이르면 2026년 가동될 계획이다.
ASML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작년 11월 기공식 당시 뉴 캠퍼스의 완공 시점을 2024년 말로 이야기한 것은 공사 착수 전이며 착수 후 완공 시점이 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SML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투자를 결정한 만큼 단기적 상황 및 (대만 등) 타 지역의 투자건에 영향은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닝크 CEO는 작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 반도체 장비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나라에서든 재제조센터로 먼저 시작했다"며 "5~10년간 지식을 쌓고 향후에 R&D까지 추가하면 생산시설을 세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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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화성 뉴 캠퍼스 조감도. (ASML 제공) |
burn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