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에서 LG전자(066570)에 연속으로 밀렸던 삼성전자(005930)가 '1등 탈환'에 시동을 건다. 암울했던 반도체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갤럭시Z 시리즈가 조기 출시를 앞둔 만큼 올 3분기(7~9월)는 '삼성의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4~6월) 매출은 60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3조7454억원, 6402억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영업이익 5900억원)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LG전자는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조4974억원, 89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LG전자에 2개 분기 연속 밀렸던 것은 유례없는 반도체 불황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 때는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영업이익을 10조원 가까이 앞선 적도 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LG전자를 다시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업턴(반등)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메모리 감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업계에선 반도체 감산효과로 3분기부터는 DS(반도체)부문의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삼성전자 DS 부문이 2분기에도 3조~4조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본다. 다만 3분기와 4분기에 영업손실(각각 2조3000억원, 8000억원)이 대폭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외에도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을 개선할 구원투수가 또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반도체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전사 적자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MX(모바일경험)부문 덕분이었다.
지난 1분기 DX(디바이스경험)부문 내 MX·네트워크 부문에서 연결기준 매출 31조8200억원·영업이익 3조9400억원을 거뒀다. 모바일의 경우 갤럭시S23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3분기를 포함한 하반기에는 다음 달 조기 출시하는 플래그십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5·Z폴드5'가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갤럭시 Z5 시리즈'의 언팩(공개행사)를 연다. 통상 8월 중순에 열리던 플래그십 폴더블폰 언팩 행사와 제품 출시일을 2주나 앞당긴 것은 3분기에 '신작 출시 효과'를 더 빨리 반영하기 위한 전략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3분기 반도체 적자 폭이 크게 줄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나머지 사업부가 좋아지면서 영업이익이 4조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3분기,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약 3조7000억원, 5조원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시장이 커진다는 점도 향후 실적에 긍정적이다.
최근 생성형 AI가 IT(정보기술) 산업의 화두가 되면서 이와 연관된 고성능·고용량 D램 수요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자 생성형 AI 구현에 필수적인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라인업을 구축하고 양산도 준비 중이다.
최소 내년에는 가시적인 수익이 나면서 반도체 실적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도 지난 5일 임직원 소통행사인 위톡(Wednesday Talk)에서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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