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벚꽃 동산' 공연 모습. (국립극단 제공) |
가문 소유의 벚꽃 동산이 눈 앞에 펼쳐지는 고향은 행복한 기억만 가득한 곳이다. 벚꽃 동산은 과거의 영광을 상징한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어려워진 형편 탓에 벚꽃 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28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벚꽃 동산'은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4대 희곡이자 유작으로 유명하다.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연출 데뷔 30년 만에 처음 체호프 작품 연출에 도전했다.
연극 '벚꽃 동산' 공연 모습. (국립극단 제공) |
되레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행동한다. 은행 빚을 갚을 돈도 없는 처지에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고, 파티까지 연다. 라네프스카야는 압박감이 커질수록 오히려 행복한 추억 속으로만 회귀하는 듯했다. 대가는 뼈아팠다. 결국 벚꽃 동산을 잃고 가족 모두가 고향을 떠나야 하는 비극만이 남는다.
김 예술감독은 허황된 라네프스카야의 모습이 강조됐던 이전 작품과 달리 주인공의 정서를 따라가며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했다.
연극 '벚꽃 동산' 공연 모습. (국립극단 제공) |
라네프스카야 가족이 떠난 뒤 저택에 홀로 남은 늙은 하인 피르스는 읊조린다. "다 떠나버렸군.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피르스의 독백과 함께 벚꽃 잎이 흩날린다. 원작에는 없는 내용인데, 한 시대의 퇴장을 마냥 씁쓸하게만 표현하지 않으려 한 연출이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