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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의 단비" 수천억 '이자 보따리' 푼 은행…금리인하·수수료면제 러시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銀 잇따라 대규모 '상생금융안' 제시
취약차주 금리인하·수수료면제 등…은행권 '고충분담' 노력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3-03-29 06:57 송고
주요 시중은행 전경.
주요 시중은행 전경.

대형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기 취약차주들을 돕기 위해 금리인하, 수수료 면제 등 금융지원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차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유럽발(發) 은행권 연쇄부실 우려가 번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대형은행이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함에 따라 존재감도 재부각되는 분위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받은 고금리 신용대출을 연 10% 미만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KB국민희망대출'을 지난 27일 출시했다.

이 상품은 2금융권 신용대출을 보유한 근로소득자가 지원 대상이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타행 거래 고객도 신청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연 10% 미만으로 제한했다. 상환 기간 중 기준금리(금융채 12개월물)가 올라도 연 10% 미만의 금리로 계속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상품이 출시되자 그동안 2금융권 고금리 상품의 이자에 시달렸던 차주들이 몰리면서 국민은행 일부 영업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국민은행은 이번 대환대출을 5000억원 규모로 지원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앞서 이달 중순에도 전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p) 인하하는 차주 지원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자 경감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지난주 가계·기업 고객에게 이자비용 등을 지원하는 1623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확대 종합지원안'을 발표했다. 먼저 가계대출 신규·대환·연기 고객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0.4%포인트(p) △전세자금대출 금리 0.3%p △일반 신용대출 금리 0.4%p △새희망홀씨대출 금리 1.5%p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자비용 절감 예상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더해 소상공인·중소기업 고객에겐 약 623억원 수준의 금융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도입한 '주담대 이자유예·기한연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지난주까지 약 5900명의 고객에게 8700여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News1 송원영 기자

하나은행 역시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임원간담회에서 고금리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를 위해 금융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자와 수수료 결정체계를 원점 재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적으로 수용해달라고 주문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엔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신규 취급 금리를 최대 1%포인트(p) 인하했다. 약 4만명이 금리인하 혜택을 받았다. '햇살론15' 상품에 대해 대출취급 시점부터 1년간 대출잔액의 1%를 캐시백해주는 '이자 캐시백 희망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우리은행도 오는 3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방문 일정에 맞춰 대규모 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정식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역시 상생금융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타행 수준을 감안한 '통 큰' 지원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업과 국민들에게 우리금융이 든든하게 힘이 돼 드려야 한다"며 "성장성 있는 기업에 자금을 적시에 공급하고 취약계층, 금융소외계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미국·유럽발(發) 은행권 연쇄 부실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대형은행들이 그동안 다져온 유동성·기초체력을 바탕으로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이들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국·유럽의 은행 부실 사태에도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예금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없으며, 오히려 대형은행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예금이 늘어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권의 자본·유동성 비율도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비판받기도 했지만, 위기의 순간 비축해 둔 이익을 나누면서 이미지가 쇄신되는 듯하다"며 "앞으로 금융권의 상생금융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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