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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들여온 마약 운반하는 '클럽MD'…흥에 취해 손님이 요구하기도

'영업직' 클럽MD, 전국 돌며 판매하다 적발…손님은 주로 20대
코인·대면 구매…클럽MD-업주 공모 입증해야 압수수색 가능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조아서 기자 | 2023-03-29 05:3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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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물뽕'이라고 하죠. 클럽 손님들이 마약을 찾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국내 한 클럽에서 일했던 전직 클럽MD A씨는 <뉴스1>에 클럽에서 근무하면서 손님들이 마약을 요구할 때마다 당황스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집 같은 조용한 공간보다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클럽에서 술과 함께 마약을 투약하면 더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으로 산 마약, 클럽MD가 손님에게 판매

클럽MD는 클럽에 손님들을 모집하면 인원수마다 인센티브를 받는 영업 직원이다. 소개로 온 손님들이 술을 많이 구매하면 판매 금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기도 한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전국 클럽마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져 특정 지역 클럽으로 마약을 하러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거리두기가 사라지니 이제는 굳이 다른 지역 클럽으로 이동할 필요도 없고, 클럽MD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 클럽마다 마약이 퍼지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또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적은 클럽MD는 마약 판매가 또하나의 수익 창출이 되지 않겠나"며 "이젠 텔레그램도 포렌식할 수 있으니 위험하다고 들었다. 정말 치밀하게 판매하는 MD들은 대면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청정지역'은 옛말이 되어 버린 한국에서 클럽을 중심으로 마약 판매가 이뤄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27일 브리핑을 열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밀반입사범 3명과 마약을 판매·투약한 마약사범 66명 등 69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외총책 B씨 등 밀반입사범 3명은 2021년 7월부터 이달까지 하와이에서 대마, 엑스터시(MDMA), 코카인 등 마약류를 진공 포장한 후 수입 과자 봉지 사이에 끼워 국제우편으로 위장해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범행은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이뤄졌으며, 구매자 중 22명은 클럽MD인 것으로 파악됐다. 클럽MD는 코인이나 무통장입금 등을 통해 마약을 구매했다.

B씨 역시 과거 강남 클럽MD 출신이다. B씨는 국내에서 지인들에게 마약을 판매하다가 수배 대상이 되면서 하와이에서 5년간 도주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도주 기간 중 국내로 보내진 마약류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클럽에 유통됐으며 클럽MD를 거쳐 손님들에게 판매됐다. 마약을 투약한 클럽 손님들은 주로 20대였다.

주로 서울 소재 클럽 MD들이 전국 유명 클럽을 돌며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내 한 클럽MD C씨는 "작년 여름부터 클럽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을 듣기 시작했다. MD들 사이에선 이런 소문이 자주 들린다"며 "MD뿐만 아니라 DJ를 통해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경남 창원 한 주차장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클럽MD로, 마약을 구매하고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지난해 1월 경남 창원 한 주차장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클럽MD로, 마약을 구매하고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최근 부산서 클럽MD 마약 판매해 징역형 받기도

이같이 실제 부산에서는 최근 클럽MD가 마약을 판매하다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는 지난해 9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 부산진구 한 클럽MD인 D씨는 지난해 1월 클럽 흡연실에서 손님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합성대마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취급한 마약류의 종류가 중독성이 강한 것이고, 클럽MD로 일하며 돈을 벌기 위해 마약류를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 기간에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해외총책 B씨가 국내로 들여온 마약류.(부산경찰청 제공)
해외총책 B씨가 국내로 들여온 마약류.(부산경찰청 제공)

◇'마약 판매' 생소한 MD도 많아…클럽 압수수색 어려워

다만 모든 클럽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일부 클럽MD들은 클럽 마약 판매에 대한 질문에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지역마다 클럽MD가 활동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라고 답했다.

클럽MD E씨는 "클럽에서 마약을 판다면 일부 손님이 신고할 텐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는 MD가 있겠나"며 "클럽에서 마약 거래 있으면 소문은 금방 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하와이발 마약 유통 사건처럼 전국 클럽에 마약이 퍼져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선제적 대응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특정 클럽에 마약 투약자들이 많다는 제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선 클럽MD와 업주 간 범행 공모 관계가 입증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승주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수사계장은 "클럽MD와 클럽 업주는 서로 고용된 관계여서 영장을 집행해 수사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서울 등 타지에서도 클럽에 대해 직접 영장을 집행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번 마약 유통 건과 관련해 마약 판매와 연관된 클럽MD가 추가로 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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