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중국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영향으로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5000여개의 반도체 기업들의 줄폐업했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던 업체들의 공장 건설도 멈춰섰다.
반도체 장비 수급마저 어려워진 중국 반도체 기업이 생산·투자 전반에 걸쳐 타격을 받은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 수입을 제한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보복성 경제 제재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중국 매체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 5746곳이 등록을 취소했다. 폐업 업체 수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폐업 기업은 2019년 1294곳, 2020년 1397곳 수준이었지만 2021년엔 3420곳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엔 전년보다 68% 늘어났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상징하던 업체들도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멈추는 등 미국의 제재여파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중국 유일의 낸드메모리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우한 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제재로 장비 수입이 차단되면서 완공 일정을 연기했다. YMTC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도체 굴기'를 내걸며 설립한 곳으로 애플이 아이폰에 YMTC 칩 탑재를 결정했을 정도로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업체다.
D램을 생산하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허페이시 본사 근처에 계획된 제2 공장 건설과 중국 안후이성에 위치한 새로운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이 지연됐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도 미국의 수출 규제 등에 영향을 받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15%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0∼12%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MIC는 2020년 미국 무역 제재 대상인 '수출 통제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IC는 지난해 네덜란드의 ASML 장비 없이도 TSMC의 7나노 프로세스 노드 기술과 맞먹는 칩을 생산했지만 미국의 견제에다 개발비 지원 등이 부족해지면 앞으로 시장에서 생존 유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받는 타격은 올해부터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 손잡고 중국에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면서, 중국의 핵심 장비와 소재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뿐 아니라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실상 중국은 반도체 소재·부품을 '자급자족'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ASML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에 이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2위, 도쿄일렉트론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우리나라를 겨냥한 중국의 반도체 수입 제한 등 보복성 규제를 염려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제재 여파가 예기치 않게 우리나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 반도체 산업 동향을 미리 살피고 대(對)중국 리스크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원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우리나라가) 장비, 소재분야에서 이득을 볼 순 있지만 중국의 예상치 못한 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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