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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뺏으면 러 자극해 전쟁 고조"…美서 나오는 우크라 분단론

뉴스위크 "바이든, 푸틴에 돈바스 할양 전제 종전 제안"도
1년 넘어 장기 소모전 접어드는 우크라 전쟁 결말은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3-02-03 15:56 송고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 .© AFP=뉴스1  자료 사진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 .© AFP=뉴스1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영토 할양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 미국에서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에 따르면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전날 워싱턴포스트 주최 온라인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탈환하면 전쟁이 고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분석요원으로 활동한 군사전략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크림반도는 흑해와 아조우해를 낀 전략 요충지다. 본래도 러시아계 주민이 많아 노어 사용 지역으로 분류돼 왔는데, 2014년 러시아가 무력 점령한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열어 반강제 찬성 우세로 병합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사회 대부분 국가도 러시아의 크림 귀속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러군 점령지뿐만 아니라 크림 탈환을 전쟁 목표이자 휴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러시아의 크림 귀속을 간접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언급이 미 전직 당국자에게서 나온 것이다. 게이츠 장관은 "러시아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중요한 해군 기지를 두고 있어 크림을 뺏기면 레드라인으로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날 미 뉴스위크지가 스위스계 독일어 일간 노이에 취러흐 차이퉁(Neue Zürcher Zeitung) 보도를 인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장을 비밀리에 모스크바로 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땅 20%를 넘겨줄 테니 전쟁을 끝내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는 푸틴 대통령이 호시탐탐 노려온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 면적과 비슷하다.

다만 러시아 측은 장기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제안을 거절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번스 국장은 같은 시기 키이우도 방문해 설득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할양을 거부했다고도 전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국 장기 소모전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탱크 지원을 결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전쟁연구소(ISW)가 시각화 한 2023년 1월 30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미 전쟁연구소(ISW)가 시각화 한 2023년 1월 30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우크라 쪼개서라도 전쟁 못 끝내면 장기 소모전

결국 돈바스 격전이 확대될 공산이 큰 가운데, 게이츠 전 장관은 "그래도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는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며 "중요한 건 나토 국가의 탱크와 장갑차를 빨리 공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전투기와 장거리미사일 지원도 요청하고 있다.

다만 게이츠 전 장관은 "동부 전선 공중 우위도 확보할 수 없는데 우크라이나에 F-16 같은 전투기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라며 "러시아 국경 너머까지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는 것도 경계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을 제거하면 전쟁이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게이츠 전 장관은 "푸틴의 고문들이 그보다 더 호전적"이라며 '푸틴 제거론'은 일축했다.
  
소모전으로 가면 경제·재정적으로 피폐해지겠지만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게 게이츠 전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침공) 총사령관은 힘든 투쟁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군은 전투 경험이 부족하고, 군 지휘부는 여전히 소련 모델에 의존해 의사 결정이 느리다"고 했다.

또 "러시아는 여전히(2차 세계대전 때처럼) 사상자 수는 완전히 무시한 채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서방 당국자들은 현재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2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이츠 전 장관은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오랫동안 고전하게 됐다"며 "남성 기술 인력 수십만 명이 유출되고 서방 기업 철수로 국민 생활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기술적, 경제적 지위를 되찾으려면 한 세대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그래도 러시아가 1990년대 초반 소련처럼 붕괴돼 핵무기 통제력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돌리나에서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마을에 묻힌 러시아군 시신을 발굴해 운반하고 있다. 2023.1.18.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돌리나에서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마을에 묻힌 러시아군 시신을 발굴해 운반하고 있다. 2023.1.18.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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