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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가 "韓 핵무장 하면 원전산업 희생되고 안보 더 위험해져"

헤커 "NPT 탈퇴시 韓의 원전 누가 사겠느냐"…갈루치 "한미동맹 균열 가능성"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2023-02-01 00:03 송고
시그프리드 헤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교수가 3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한국의 핵무장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그프리드 헤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교수가 3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한국의 핵무장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보유' 발언을 계기로 재차 한국 내에서 독자 핵무장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명분으로 자체 핵무장을 할 경우 원자력발전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안보상황이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교수는 30일(현지시간) 오후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한국의 핵무장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자체 핵 보유는 "한국의 민간 핵 프로그램을 황폐하게 할 것이고, 결국 모든 것이 완료되면 그것은 한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헤커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자체 핵보유 발언 당시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거론, "그것은 확실히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국이 핵 능력을 얻기 위해선 단순히 핵폭탄 한두 개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전면적인 핵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북한의 변화하는 핵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꾸준히 개량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무기급 핵 연료와 핵 실험을 통한 검증, 투발 수단 등도 보유해야 하는 만큼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헤커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특히 한국이 엄청난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의 어느 도(道)에서 자신들의 땅에서 지하핵실험을 하라고 자원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또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등 191개국 가입한 NPT는 조약 발효 전인 1967년 이전에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다.

그는 "지금 한국은 최고의 민간 핵 에너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면 누가 그들이 원전을 사겠느냐"고 핵개발시 한국의 원전산업이 희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커 박사는 아울러 남북이 끊임없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핵보유를 할 경우 남북간 대치가 핵 수준으로 고조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보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헤커 교수는 북한 플루토늄 프로그램 평가를 위해 영변 원자력 연구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과거 미국 최고 핵무기 연구소인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을 지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가 3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한국의 핵무장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가 3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한국의 핵무장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도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미국이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게 왜 좋은 생각이 아닌지는 분명하다"며 헤커 박사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핵 무장이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지금 북한으로부터 제기되는 한국에 대한 주요 위협은 핵 위협이 아니라 재래식 위협"이라면서 "한국이 시급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안보에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한 (북한의) 위협은 미국과의 동맹으로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다. 미국 없이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처한다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면서 "한국의 독립과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과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핵무기 시설에 대항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자체 핵 보유로 북한과 중국을 따라잡기보단 미국의 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B-52와 B-21 전략폭격기, 수천 개의 전략핵무기에 의지하는 게 낫다면서 한국의 핵무장은 이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그것은 내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위험한 곳에 두고 한국을 표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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