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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위선이 인권으로 둔갑" vs "反인권세력 용납 안돼"

대전시인권센터 수탁기관 선정 둘러싸고 논란 격화
정치와 이념에 휘둘리는 인권…갈등 국면 이어질 듯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2022-12-28 05:00 송고 | 2022-12-28 07:01 최종수정
‘대전인권비상행동’에 참여한 진보 진영 인사들이 27일 중구 선화동 대전시인권센터 앞에서 이장우 대전시장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최일 기자
‘대전인권비상행동’에 참여한 진보 진영 인사들이 27일 중구 선화동 대전시인권센터 앞에서 이장우 대전시장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최일 기자

최근 대전에선 광역자치단체 산하 인권기구를 수탁 운영할 기관 선정을 둘러싸고 보수-진보 진영의 극한 갈등이 표출되며 인권이 정치와 이념에 휘둘리는 양상을 띠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24일 ‘대전광역시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 수탁기관으로 ‘한국정직운동본부’를 선정했다. 이로써 2017년 9월 출범 이후 줄곧 인권센터를 운영해 온 ‘대전YMCA 유지재단’은 올해 말로 수탁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민선 6·7기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선택·허태정 시장 재임 시 인권센터를 위탁했던 기관을 민선 8기 국민의힘 이장우 시장 취임에 맞춰 갈아치우는 모양새가 된 것인데, 두 기관은 ‘인권’에 관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대전YMCA 유지재단이 차별금지법 및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관심을 갖고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온 단체라면 한국정직운동본부는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차별금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실추시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정직운동본부는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 2023년 인권센터를 이끌 신임 센터장으로 김영길 목사(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를 내정했다.
소위 ‘인권학 박사’를 자처하는 김 목사의 지론은 ‘인권의 딜레마’라는 그의 저서에 잘 나타나 있다.

김 목사는 “인권은 지식인의 전유물이나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과연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 의문이 든다. 최근 ‘인권 감수성’이란 용어가 등장해 감성적인 호소를 하고 있지만 이는 인간 사회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 같다”며 진보 진영이 주도해 온 이슈인 ‘인권’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드러냈다.

또한 “인권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인권을 명목으로 평등법을 만들었지만 또 다른 논쟁과 갈등만 발생하고, 특정 집단에 의한 독재화가 일어나면서 인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며 “현대 인권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분법으로 생각하게 한다. 이는 양심의 이중성, 가정과 사회에서 선택적 행동을 취하는 이중성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거짓과 위선이 인권과 평등, 정의로 둔갑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전시인권센터 차기 센터장으로 내정된 한국정직운동본부 소속 김영길 목사의 저서 ‘인권의 딜레마’ ©뉴스1 최일 기자

김 목사는 자신의 백석대 대학원 철학 박사학위 논문인 ‘인권 담론 과정에 나타난 자기파기적 현상 연구’를 보완해 집필한 이 책에서 “현대 인권 담론을 한마디로 ‘세속적 자유주의’ 또는 ‘상대주의적 자유주의’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늘날의 인권은 올가미와 같아서 자신을 얽맨다. 인권은 양날의 칼처럼 가까이할수록 독이 된다”며 인권은 분별해 적용해야 하고, 가급적 멀리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한국정직운동본부와 김 목사의 이 같은 인권론은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총 75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인권비상행동(반인권단체의 인권기구 장악 대응 대전비상행동)은 27일 중구 선화동 인권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전시가 인권센터를 ‘반인권세력’에게 넘겼다”며 이장우 시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대전시가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고 반인권적 기치를 내건 단체에 인권센터 운영을 맡긴 건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수탁기관 선정과 관련된 모든 자료의 공개와 함께 수탁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심사 과정은 공정했고,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날 시청에서 대전YMCA 유지재단과 한국정직운동본부 관계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업무 인수인계를 진행, 수탁기관 선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광역단체장의 당적에 따라 인권의 가치가 요동치는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되며, 민선 8기 남은 3년 6개월간 대전에선 인권 이슈를 놓고 보수-진보 진영간 강대강의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인권센터 수탁기관 선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대전인권비상행동’의 피켓. ©뉴스1 최일 기자
대전시인권센터 수탁기관 선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대전인권비상행동’의 피켓. ©뉴스1 최일 기자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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