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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팀'이 해냈다…한은 CBDC 모의실험, 클레이튼 가능성 확인

[인터뷰] 김경업 크러스트 CBDC 본부장
"CBDC, 해외 동향 발맞춰가야…클레이튼은 기반 시스템으로서 안정적"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박소은 기자 | 2022-12-25 06:00 송고
김경업 크러스트 CBDC 본부장.
김경업 크러스트 CBDC 본부장.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크러스트가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CBDC 모의실험 주사업자로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를 선정했다. 올해 초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련 사업은 그라운드X에서 크러스트로 이관됐다. 크러스트는 실험을 주도적으로 맡아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CBDC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될 수 있는지 확인했다.
CBDC는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대부분이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CBDC 발행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첫 모의실험의 기반 기술로 분산원장을 택했다. 크러스트가 분산원장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을 CBDC에 적용하게 된 배경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CBDC 연구는 어디까지 왔을까. CBDC 모의실험을 전담한 김경업 크러스트 CBDC 본부장은 지난 1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모의실험은 다른 나라에 비해 범위가 굉장히 큰 편"이라며 "분산원장 기반의 CBDC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봤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드림팀'이 실험한 한은 CBDC…해외 동향과 발맞춰야"
김 본부장이 강조했듯 이번 한국은행의 모의실험은 범위가 큰 편에 속한다. CBDC를 담을 수 있는 사용자 지갑도 개발했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른 디지털자산을 담을 수 있는지도 실험했기 때문이다. 해외송금 테스트도 마쳤다.

'오프라인 CBDC'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CBDC가 현금을 대체하려면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크러스트를 비롯한 사업자들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기기에 탑재된 통신 기능을 통해 CBDC 거래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넓은 범위의 실험을 완료할 수 있었던 데는 '드림팀'의 역할이 주요했다.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건 크러스트이지만, CBDC를 유통할 은행 애플리케이션이나 오프라인 CBDC를 개발하기 위해선 협력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본부장은 "한국은행의 실험 자체가 광범위해 크러스트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며 "은행 앱을 개발할 개발사로는 카카오뱅크가, 오프라인 CBDC 관련해서는 삼성전자가, 카드 형태로 CBDC를 유통하는 데는 코나아이가 활약했다. 전국민의 관심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각 분야 유력 회사가 참여하는 '드림팀'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CBDC가 기존 금융체계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것일 뿐, 한국은행이 발행권을 가지고 시중은행을 통해 유통하는 기존 시스템을 흔드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CBDC 모의실험의 경우 한국은행이 가상은행을 만들고, 시중은행이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며 테스트해보는 형태"라며 "현금을 디지털화했을 때 '엔드 유저'인 국민들에게 어떻게 쓰일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제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나 다른 나라의 동향을 맞춰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중국의 경우 디지털 위안화(e-CNY)를 발행, 상하이·선전·청두 등 10개 주요 도시에서 시험사용을 진행 중이다. 미국 또한 실시간 지급결제 시스템 페드나우(FedNow) 서비스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CBDC는 다른 나라의 시스템과 호환되는 것도 중요하므로 반드시 우리나라가 먼저 구축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은 이미 선진화된 금융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CBDC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BDC를 도입하더라도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 조심스럽다"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은행은 구축해둔 CBDC 시스템의 성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기 위해 14개 시중은행과 협력 중이다. 크러스트 입장에선 블록체인 플랫폼의 테스트넷을 시중은행들과 함께 운영하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금융사와의 협업 소감에 대해 "CBDC가 차후에 도입되면 은행업이 어떻게 변할지 살펴보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기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CBDC 기반' 된 클레이튼…"프라이빗 버전서도 안정적"
김경업 크러스트 CBDC 본부장이 지난 19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업 크러스트 CBDC 본부장이 지난 19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크러스트가 CBDC 모의실험의 주사업자로 참여하면서 기반 플랫폼으로서 클레이튼의 성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 CBDC에 활용되려면 전 국민의 거래량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구현해야 하고, 거래완결성 면에서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피크타임(거래량이 몰리는 시점)'의 대량 거래를 다른 전자지급서비스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으려면 응답 대기시간을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시점에서 분산원장 기반의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분산원장 기반이다 보니 성능을 최대치로 올려도 한계는 존재한다"면서도 "피크타임의 거래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선 한국은행과 더 고민해봐야 한다. 은행 이체 거래량 정도를 커버하면 되는지, 신용카드 결제량까지 커버해야 하는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크타임에 커버해야 할 거래량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그 수치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기존 클레이튼(퍼블릭 블록체인)의 초당거래량(TPS)은 4000 정도다. 사업자 제안 당시 그 속도를 시연으로 보여드렸다"며 "모의실험 때는 물리적인 시스템이 달라서 4000TPS까지는 안 나왔지만 추가적으로 검토해 한국 상황에 알맞은 CBDC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완결성 면에선 안정적이었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CBDC를 통해 송금했는데 취소되면 안 되므로 거래완결성 역시 중요하다"며 "클레이튼의 합의알고리즘 자체가 즉각적인 거래완결성을 지닌다. 이 부분을 한국은행에서도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클레이튼은 본래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그러나 CBDC는 중앙은행을 비롯한 몇몇 금융기관만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자)로 참여하는 '프라이빗-컨소시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에 크러스트는 모의실험에서 클레이튼의 프라이빗 버전을 활용했다.

김 본부장은 "클레이튼 메인넷 자체는 퍼블릭 블록체인이지만, '클레이튼 서비스체인'이라는 이름으로 각 기업에 제공하는 프라이빗 형태의 블록체인 플랫폼이 있다"며 클레이튼을 프라이빗 버전으로 제공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퍼블릭 버전의 클레이튼 역시 출범 초기에는 유력 기업들만 '노드 파트너'로 참여하는 컨소시엄 블록체인 형태로 운영됐다. 이 같은 경험이 프라이빗-컨소시엄 기반으로 CBDC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와의 호환성을 위해서도 클레이튼이 적합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클레이튼은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100% 호환되는데, 현재 CBDC 연구를 진행 중인 다른 국가들이 대부분 이더리움과 연계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가장 범용적인 호환성을 고려했을 때도 클레이튼이 적합하다. 이더리움보다는 중앙화됐지만 성능을 높인 형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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