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화진 칼럼] 카타르 월드컵과 사우디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2-11-26 07:01 송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지난주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태국으로 건너갔던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 나타났다.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나란히 앉아 개막전을 관람했다. 2017년 카타르와 단교했던 사우디는 작년에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2017년 6월 사우디와 UAE는 카타르를 경제 봉쇄했다. 카타르의 친이란 정책과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지원이 이유다. 외교관계도 물론 단절했고 사우디는 심지어 3면이 바다인 카타르 국경에 운하를 파서 카타르를 섬나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했다.

그런 험악한 상황에서 2019년 AFC 아시안컵이 열렸다. 개최국은 UAE였다. 카타르는 준결승에서 UAE를 4대 0으로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안컵 대회는 단순한 축구대회가 아니다. 걸프 지역 중동 국제관계의 축소판이고 축구는 강력한 외교 무기다. 카타르가 거둔 성과는 대단했다.

그런데 카타르 사람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UAE에 원정 갈 수가 없었다. 카타르 대표팀은 적지에서 홈팬들의 야유를 받으면서 개최국 팀을 자못 통쾌하게 물리치고 우승했다. TV로 경기를 지켜본 온 카타르가 뒤집어졌음은 물론이다.

인구 280만, 국민소득 8만3천 달러(글로벌 5위)인 카타르는 세계 3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오토만제국 지배하에 있다가 1차 대전 후 영국령에 편입되었다. 1971년에 독립했다.

2014년에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과 시리아내 급진파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주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카타르는 막강한 국영 알자지라 방송과 돈으로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정권을 지원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실각하고 카타르로 망명했다. 결국 2017년 6월에 이집트, 사우디, UAE, 바레인, 예멘이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카타르는 이란과 터키에 급속히 가까워졌다.

중동 최초로 2022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카타르는 2019년 4월에 사우디와 UAE 후보를 물리치고 자국 인사를 FIFA 집행위원회에 진출시켜 국제 축구계에서 목소리도 더 커졌다. 아시안컵 우승으로 걸프지역 축구 최강자로 등장한 카타르는 2022 월드컵 개최로 국가 브랜드와 국가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와 FIFA 인판티노 회장의 친분을 활용, 2022 월드컵 참가팀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는 안을 만들어 일부 공동개최하려고 시도했다. 경제봉쇄 때문에 그게 어려우면 봉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오만과 쿠웨이트라도 내세워 카타르를 물타기 하고 싶었다. 경제봉쇄국팀이 출전하면 카타르를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48개국 월드컵은 약 4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FIFA도 동조했다.

그런데 정작 FIFA의 요청에 오만과 쿠웨이트가 고사를 했다. 그래서 FIFA는 2019년 연차총회에 48개국 안건을 올리려다 접었고 카타르와 적대관계인 중동 국가들은 2022 대회 보이콧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경우 국민 여론이 보이콧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가 있었고 반대로, 참가하는 경우 팬들이 카타르에 원정 가게 될 것이므로 이는 마치 카타르가 외교적으로 인정받는 모양새가 된다. 카타르의 외교적 승리는 명약관화이고 카타르에 대한 경제봉쇄도 약화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21년 1월에 사우디, 이집트, UAE, 바레인 등 4개국은 카타르와의 단교를 슬그머니 끝냈다. 경제 봉쇄가 효과도 없었고 이란에 좋은 일만 시켜서다. 일방적으로 봉쇄를 풀은 것이라 카타르의 외교적 완승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사우디에 대박이 났다.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이겨버린 것이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가슴에 별을 두 개 달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사우디보다 FIFA랭킹이 48계단이나 높다. 사우디가 이길 확률은 8.7%였다. 언론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미국이 영국을 1:0으로 이겼던 기록을 찾아내 비교했다. 왕세자는 가족들과 함께 춤을 추었고 사우디는 경기 다음 날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좀 엉뚱하게도 사우디는 카타르 월드컵 최대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 근로자 혹사와 인명 피해 비판에 시달리던 개최국 카타르도 사우디의 승전보로 덕을 보았다. 중동지역 국가의 선전으로 국내외에서 분위기가 다소 호전되어서다.

카타르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일 뿐 아니라 중동의 정치외교 지형에서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지역과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월드컵의 외교적 파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