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넥스턴바이오·넥스젠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제약', '신라젠·소마젠',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랜드'…. 국내외를 막론하고 바이오벤처들의 회사명이 비슷해 각 사를 혼동하거나 오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두고 바이오업계에서는 각 회사별 주요 연구분야에 맞게 '유전자(gen)'나 '생물(bio)' 등 분야 특성을 드러내는 의미로 유사한 이름을 갖게 됐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회사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회사명에 '바이오'를 표기하는 기업상표만 5만여건에 달한다. 또 유전자를 뜻하는 '젠'이나 '제네' 등의 의미를 갖는 기업상표도 2만여건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이 유사한 이름은 글로벌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회사명을 변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를 임상 개발 중인 헬릭스미스는 지난 1999년 해외 상표권 충돌 문제 방지 등의 이유로 회사명을 '바이로메드'에서 바꾼 경우다.
지분 관계가 전혀없는 각 회사가 혼동될 수 있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배경도 다양하다. 대기업 계열로 혼동하기 쉬운 삼성제약의 경우 1929년 8월 설립돼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품고 있는 삼성그룹(1938년 설립)보다 먼저 '삼성'이라는 회사명을 사용해 왔다.
현대바이오랜드와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는 또 다르다. 현대바이오랜드는 지난 2020년 현대백화점그룹에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사업을 위해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면서 '현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현대전자에서 시작된 현대IBT가 IT 사업 대신 바이오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바꾼 사례다. 그러나 현대바이오랜드와 현대바이오사이언스도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넥스턴바이오와 넥스젠바이오, 신라젠과 소마젠 등 이름에 동일한 글자가 들어가는 사례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이라는 회사의 목표와 바이오라는 분야의 특성에 따라 유사한 회사명을 갖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
미국계 헬스케어 네이밍 업체 '브랜드인스티튜트'의 송주한 이사는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최종 목표로 하는 만큼 회사명도 경쟁력"이라며 "해외 규제당국의 임상이나 품목허가를 받을때 상표 침해 문제를 피하려면 중복성과 유사성을 사전에 확인하고 회사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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