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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전약후] 프레디 머큐리와 매직 존슨…둘의 운명을 가른 약의 탄생

1987년 첫 에이즈 치료제 이후 90년대 들어 다수 등장…머큐리 91년 숨져, 존슨은 91년 감염 후 아직 생존
3가지 성분 하루 1알로 HIV 증식 억제…현재는 고혈압·당뇨 수준으로 관리 가능 상태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2022-08-21 07:00 송고
1984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 중인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AFP Photo)
1984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 중인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AFP Photo)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만큼 잘못된 정보와 사회적 인식으로 차별과 낙인을 불러온 감염병도 없다. 그런 오해가 충분히 풀렸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치료제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이제 고혈압·당뇨와 같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 중 하나가 됐다. 

전설로 남은 록 그룹 퀸(Queen)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1946-1991)에게 이 바이러스가 10년만 더 늦게 찾아왔더라면 세상이 더 많은 아름다운 노래로 채워졌을 것이기에 안타까워 하는 팬들이 많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병원체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다. HIV가 사람 혈관이나 점막을 통해 전파가 이뤄지는데 감염 시 짧게 6개월에서 길게 15년까지 잠복기를 나타낸다.

HIV 감염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잠복기인 상태의 사람, 에이즈 환자는 잠복기 이후 면역기능이 손상돼 면역세포(CD4, T세포) 수가 200/㎣ 미만이거나 주폐포자충 폐렴 등이 나타난 경우로 구분한다.

에이즈 치료제는 이 HIV 감염자를 대상으로 체내 HIV의 증식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근본적 치료법은 아니나 혈액 등에서 바이러스의 농도를 낮추고, 증상 발현 이전 타인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셈이다.
이렇게 관리 단계가 유지되면 일상적인 생활에서 주변인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를 감안하면 이 감염병은 사회의 시선이 의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주위의 시선과 낙인이 두려워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는 역효과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불현듯 찾아온 'HIV'…누적 사망자 약 4000여명

에이즈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40년 전인 지난 1981년이다. 당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주간 보고를 통해 공식적인 질병으로 명명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치료제가 없는데다 바이러스 기원, 감염 경로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HIV의 존재를 발견한 것도 1983년이며, 이 HIV가 에이즈의 병원체라는 사실도 다음해인 1984년에서야 확인한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제약회사들이 HIV 억제 연구를 시작해 1987년 GSK(당시 글락소웰컴)에서 최초의 에이즈치료제가 나오게 된다. 이 약이 바로 '지도부딘'이다. 지도부딘은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자신의 RNA를 DNA로 역전사하는 과정을 차단해 증식을 막는다.

1990년대부터는 지도부딘과 동일 기전의 치료제가 줄을 잇기 시작한다. 1991년 '디다노신'에 이어 1992년 '잘시타빈', 1995년 '라미부딘'까지 HIV의 증식을 억제해 에이즈 증상 발현을 늦추는 약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러나 약물에 대한 내성 발현 등 치료제 사용의 한계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 에이즈 누적 사망자만 프레디 머큐리, 철학자 미쉘 푸코 등 약 4000여명이다.

◇3가지 성분 더해 'HIV' 억제…환갑 넘긴 '매직 존슨'

1995년에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라는 새로운 기전의 약도 나왔다. 바이러스 복제를 담당하는 단백질간 결합을 미리 차단해 증식을 막는 방식이다. 이 기전의 약은 '사퀴나비르', '인디나비르', '리토나비르'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리토나비르는 최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도 활용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니르라트렐비르 2알과 리토나비르 1알을 매일 2회 12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 구성이다. 

이러한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의 등장은 에이즈에 대항할 수 있는 칵테일 치료요법을 강화했다. 기존 에이즈치료제만 사용할 경우 1년 이상 복용 시 항바이러스 효과가 감소하는데 여러 약물을 복합해 투약하면 이 효과 지속기간이 증대된 것이다.

이에 지금까지도 지도부딘과 같은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2가지 약물과 단백분해효소 1가지 약물을 병용 투약하는 3제 요법이 최적의 조합으로 손꼽힌다. 이 3가지 성분을 1알에 담은 복합제도 나와 이제 하루 1알이면 관리가 가능하다.

실제 1980년대 미국프로농구(NBA)의 부흥을 이끈 LA레이커스의 매직 존슨은 이러한 에이즈 치료제의 도움으로 일상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959년생인 그는 1991년 HIV 감염을 확인했으며, 이로 인해 31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으나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ca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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