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지구 반대편 우간다에 줌으로 위생교육"…코로나시대, 봉사도 '언택트'

멘토링·미세먼지 측정·키트 제작 등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
'참여할 의향 있다' 응답 80%…"코로나 계기로 가능해졌다"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21-08-20 06:20 송고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여기서는 레몬즙으로 손을 씻는데 안전할까요?" "나뭇가지를 깎아서 칫솔로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지난 7월 컴퓨터 화면 너머로 월드프렌즈코리아 청년봉사단원 배정은씨(21·여)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을 던진 이들은 6시간의 시차가 나는 지구 반대편 우간다의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배씨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해 보건위생 및 ICT 활성화 방안을 교육하는 봉사에 참여했다.  

# 김희준씨(24·남)도 지난 7월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캄보디아 1020 청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다. 그의 수업을 받은 현지 청년 샐리(21·여)는 해당 봉사활동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저는 사과와 오렌지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강아지도 좋아합니다"라며 자기 소개 영상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봉사활동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대면 접촉을 최소하고, 물리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비대면 봉사활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대면 봉사는 자원봉사자와 봉사대상자 간 대면접촉이 없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원봉사자와 대상자 간 또는 봉사자 간 대면접촉이 없거나, 봉사자가 현장을 방문하지 않거나, 온라인상에서만 이뤄지는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배씨의 경험은 코로나19로 막힌 하늘길의 제약을 극복한 대표적인 비대면 봉사 사례다. 배씨는 "구강보건, 손씻기와 같은 기본위생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법 및 식품위생 교육을 화상회의로 진행했다"며 "현지에 직접 가지 않았지만, 저희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한국어 교육 봉사에 참여한 김씨도 "현지에 가면 환경에 적응하랴, 이동하랴 시간이 필요한데 비대면 봉사는 활동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며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물리적 거리를 극복한 봉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3년 가까이 청소년 대상 진로 멘토링 봉사에 참여한 장승철씨(65·남)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부터 화상회의를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양산의 학생들에게 전직 언론인으로서 경험을 전해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감사인사 카드를 받았다. 

오프라인 비대면 봉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봉사에 필요한 사전지식을 온라인으로 습득한 뒤 현장에서 각자 봉사를 하고, 결과만 공유하는 방식이다. 

경기 부천에 사는 40대 여성 박모씨는 지난해 하반기 중학생 자녀와 함께 동네 미세먼지 측정 봉사를 했다. 박씨는 "줌(Zoom) 수업 등 환경에 대한 사전 교육을 들었다"며 "측정한 수치를 애플리케이션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했는데 각자 120회 이상 체크했다"고 말했다. 

결과물을 대면접촉 없이 전달하기도 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놀이키트 제작 봉사에 참가한 대학생 이모씨(23·여)도 "직접 만든 놀이키트와 설명서를 문 앞에 배달했다"며 "고향이 필리핀인 어머님으로부터 '고국이 그리웠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는 문자를 받아 뿌듯했다"고 들려주었다. 

비대면 봉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행정안전부·한국자원봉사문화의 '2020년도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및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개정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봉사자들은 비대면 봉사활동에 연평균 8.1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봉사를 포함한 전체 봉사활동의 연평균 참여횟수(5.2회)보다 높은 수치다. 

같은 보고서의 '비대면 자원봉사 참여 의향'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자원봉사를 권유받을 경우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봉사의 수단과 방식이 다양해지고, 자발적 참여가 늘어났다며 비대면 봉사활동 확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진경 광운대 교수는 "비대면 봉사가 대면 봉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로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온라인 비대면 자원봉사는 시민의 자발적 기여를 다양한 참여 방식으로 확장시킬 수 있게 했다"고 봤다. 

다만 '시간'을 기준으로 한 봉사활동 인증기준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비대면 봉사는 실시간 활동시간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자원봉사문화의 강혜자 핸즈온시민참여팀 부장은 "시간인증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봉사활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soho0902@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