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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간호사, 밤엔 댄서?…그녀들의 '세상 치유법'

'스트리트 올라운드 챔피언십 퍼포먼스' 3위…'롤링핸즈'
간호사 꿈꾸는 팀원 등…"우리 몸짓으로 함께 즐거웠으면"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02-22 23:59 송고 | 2014-02-24 08:05 최종수정

21일 늦은 밤. 서울 용산구 한 연습실로 앳된 얼굴의 여성들이 들어섰다. 깔깔대며 대화를 주고 받던 그녀들은 특유의 발랄함으로 썰렁했던 연습실에 이내 활기를 불어 넣었다. 어느 정도 '입'이 풀리자 그녀들은 옷을 갈아입고 나와 '몸'을 풀었다.

30여분이 지난 22일 0시20분쯤 스트레칭을 마친 '롤링핸즈'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롤링핸즈는 최근 열린 '2014 스트리트 올라운드 챔피언십 퍼포먼스'에서 3위를 차지한 여성 락킹팀이다.
리더 지혜원(27)씨와 배소망(22)씨가 2012년 결성한 뒤 최보슬(27)·박선희(22)씨, 이유미(19)양 등을 영입해 지금은 5명이 활동 중이다. '새벽 연습'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날 그녀들의 연습실을 찾았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2014 스트리트 올-라운드 챔피언십 퍼포먼스'에서 대학·일반부 3위를 수상한 롤링핸즈 이유미양(가운데)과 지혜원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음악 들어봐"

스트레칭을 마친 뒤 그 나이 또래가 그러는 것처럼 '재잘재잘', '까르르' 이야기를 나누던 팀원들 눈빛이 혜원씨가 음악을 틀자 일순 바뀌었다.
그러나 잠시 뒤, '집중'은 '흥'으로 이어졌다. 소망씨는 "좋다좋다"를 연발하며 어깨를 들썩거렸고 다른 멤버들도 "신난다"며 리듬을 탔다.

'락킹'은 1970년대 '소울트레인'이라는 흑인들의 디스코클럽에서 시작된 파티댄스 형식의 '펑키'한 춤이다. 주로 펑크에 맞춰 춘다.

그러나 이날 혜원씨가 틀고 멤버들이 "좋다"던 노래는 펑크가 아니었다. 흔히 '치어리딩' 음악으로 잘 알려진 '헤이 미키'였다. 반짝이 '응원수술'도 눈에 띄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혜원씨는 "그런 건 아니다"며 "'헤이 미키'하면 떠오르는 '치어리딩'적인 요소와 락킹을 접목한 새로운 무대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혜원씨는 "기존의 락킹과는 다르고 새로운, '우리만의' 무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늘 생각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과거에는 마술·섹시컨셉의 락킹 무대도 꾸민 적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방에 있어 이날 연습에 함께하지 못한 선희씨를 제외한 4명이 조금씩 내는 의견이 모아져 '헤이 미키'에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조금씩 완성돼 갔다.

락킹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퍼포먼스는 꽤 신나고 참신해 보였다. 무엇보다 피곤할 법한 시간에 이뤄지는 연습임에도 웃으며 재밌게 연습하는 모습에서 즐거움이 묻어났다.
22일 새벽 용산구 연습실에서 롤링핸즈 멤버 왼쪽부터 이유미양, 배소망씨, 지혜원씨, 최보슬씨 등이 연습을 하고 있다. © News1


3시간여 연습을 이어가다 새벽 3시30분쯤 '야식 타임'을 가졌다. 이 시간을 통해 팀원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막내 이유미양 이력이 특이했다. 이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는 간호조무사 실습을 하고 곧 바로 학원을 가 밤 9시30분까지 수업을 듣는 등 대학진학을 준비하며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병원과 학원을 갔다 연습하러 나왔다고 했다.

'댄서'와 '간호사'라는 직업은 언뜻 생각해도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병행 가능할까.

"실습하고 있는 병원 사람들도, 학원 사람들도 '춤 추는 애'가 어떻게 이걸(간호사) 하려고 했을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여요. 하지만 저는 두 가지 일이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간호사가 환자들의 환부를 직접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직업이라면 댄서는 즐거운 발상,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지친 사람들의 내면을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약간은 수줍어 하면서도 '춤'과 '간호'에 대학 철학을 말하는 이양은 당찼다.

이양은 또 "두 가지 일 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즐겁고 기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도 했다.

과거 병원으로 공연봉사활동 갔던 때를 예로 들며 이양은 "당시 우리가 가서 춤을 추니까 환자들이 흥이 났는지 일어나서 함께 춤을 추더라. 우리들의 몸짓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보람이 느껴졌다"며 "춤이나 간호는 그 일을 한다는 자체가 나에게 즐겁고 보람된 일이기도 하지만 내 행위로 공연을 보는, 혹은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함께 즐거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야식을 먹고 있는 롤링핸즈 멤버들. © News1


이양 말을 듣고 나니 롤링핸즈가 '헤이 미키'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고 매번 참신한 안무를 짜려고 머리를 맞대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 동안 그녀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첫새벽 추운 연습실을 달궜을 것이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 같아 슬슬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혜원씨가 답했다.

"솔직히 아직 '락킹'이라는 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락킹뿐만 아니라 스트릿 댄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댄서들은 대부분 어리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희가 고민하고 내놓는 재밌는 발상과 에너지를 일반 사람들이 많이 나눠 가질 수 있게, 댄서들만 찾는 공간이 아닌 개방적인 공간에서 행사나 대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오전 4시30분쯤 연습실을 나왔다.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가는 머리 뒤로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롤링핸즈는 지혜원, 배소망, 최보슬, 박선희, 이유미 등으로 구성된 여성 락킹팀으로 최근 열린 '2014 스트리트 올라운드 챔피언십 퍼포먼스'에서 3등에 오르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관련 페이지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Rollinghands, 블로그 http://blog.naver.com/rollinghands.(롤링핸즈 제공) © News1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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