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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열풍 중심은 95년생 바르델라…'르펜의 총리' 급부상[피플in포커스]

마린 르펜 이어 프랑스 극우 새 얼굴로 주목받아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024-06-11 09:52 송고 | 2024-06-11 11:17 최종수정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가 유럽의회 선거 종료 다음날인 10일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10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가 유럽의회 선거 종료 다음날인 10일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10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프랑스 극우 정당이 국민연합(RN)이 마린 르펜의 뒤를 이을 새 얼굴을 찾았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1995년생 당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다.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은 31.37%를 득표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4.6%)을 두 배 차이로 압도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선거에서 RN의 주축은 서른 살이 채 되지 않는 바르델라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패배에 절치부심하며 의회 해산 후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뒀다. RN이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해 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바르델라는 차기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하는 국수주의 정당들의 미래가 그에게서 엿보인다며 바르델라를 부드러운 말씨와 SNS 소통 능력을 겸비한 차세대 극우 정치인으로 소개했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9일(현지시간) 조르당 바르델라와 함께 유럽의회 선거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2024.6.9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9일(현지시간) 조르당 바르델라와 함께 유럽의회 선거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2024.6.9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르펜 가문 그늘에서 자유로운 젊은 극우

WSJ는 바르델라가 정치적 스승인 마린 르펜과 다른 점으로 르펜을 짓누르던 역사적 짐과 가문의 그늘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꼽았다. 바르델라는 유명 정치가의 딸인 마린 르펜과 달리 서민 편모가정 출신으로 대중 친화도가 훨씬 높다.

바르델라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1980년대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장마리 르펜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1995년생이다. 당신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말하고 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장마리 르펜은 프랑스의 오랜 극우 정치인이자 마린 르펜의 아버지로, RN의 창립자다. WSJ는 바르델라가 장마리 르펜과 거리를 둔 점을 들어 "그는 마린 르펜의 정치적 피보호자이지만 르펜 가문의 정치적 무게를 감당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수십년 간 프랑스 유권자들은 나치 독일과 파시스트 이탈리아, 비시 프랑스 등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대표하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재집권할 가능성을 두려워했고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받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역사를 기억하는 세대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바르델라가 이끄는 극우 세력은 완전히 양지로 나왔다. WSJ는 바르델라를 "RN의 어두운 과거와 당을 주류로 끌어올리려는 자신의 야망 사이에서 바늘을 꿰는 데 성공한 민첩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민연합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오른쪽)가 전임 당대표이자 대선 후보였던 마린 르펜의 손을 잡고 있다. 2022.1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2022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민연합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오른쪽)가 전임 당대표이자 대선 후보였던 마린 르펜의 손을 잡고 있다. 2022.1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틱톡 팔로워만 150만…2차대전 기억 없는 젊은층에 어필

바르델라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15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정적들은 그를 '미스터 셀피'라고 비꼬는 반면 지지자들은 '완벽한 사윗감'이라고 칭송한다.

SNS상의 인기는 젊은 층의 표심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유권자 3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9~34세의 32%는 바르델라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집권 르네상스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는 이 연령층에서 5%에 그쳤다.

마린 르펜은 자신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바르델라를 총리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89년생 가브리엘 아탈 총리를 내세워 젊은 정부 이미지를 강화했는데, 그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바르델라 또한 극우 정당에 젊은 이미지를 입히며 입지를 넓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프랑스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여겨졌던 RN의 '외국인 혐오 정치' 이미지가 바르델라로 인해 좀더 수용적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NYT는 바르델라를 "젊고 쇼맨십이 있는 자신감 있는 청년"이라며 "르펜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도움이 됐다"고 봤다.

바르델라는 부드러운 말씨와 유연한 태도로 RN의 극단주의적 면모를 희석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로 당의 극우 성향이 완화됐다는 징후는 없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바르델라는 유럽연합(EU) 회의론자이며 국경 통제 강화와 이주민의 이동 제한, EU 기후 규제 완화 등 전형적인 극우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행보를 보였다. TV에 출연한 자리에서 "나는 유럽에 반대하는게 아니라 유럽이 운영되는 방식에 반대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바르델라가 주요 정치적 문제를 파고들기보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지적한다. 극좌파 유럽의회 의원인 마농 오브리는 바르델라가 지난 5년간 유럽의회에 자주 불참했다면서 "(그는) 유령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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