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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던 시절 추억놀이에 빠진 2030…'그땐 그랬지' SNS 열풍

'아날로그→디지털 과도기' 경험한 MZ세대, '답답한 현재' 반작용
"단순히 과거 추억·향수 그치지 않아…젊은 세대답게 유행 창조"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2024-06-06 06:30 송고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5.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5.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 "10년 전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돈도 벌고 편해도 그때가 추억이 제일 많고 지금까지 제일 행복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실험관찰, 수학익힘책, 사회과부도, 듣말쓰(듣기·말하기·쓰기)…그때는 그렇게 보기 싫던 교과서들을 왜 버렸나 싶어요." (20대 여성 조 모 씨)
#2. "옛날에 집 바로 옆에 있던 문방구 아저씨랑 엄청 친했는데 어느 날 편의점으로 바뀌어서 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어요. 90년대생들은 알 거예요. 쉬는 시간에 선생님 허락 맡고 문방구로 달려가서 미술 시간에 필요한 크레파스, 찰흙, 흰 지점토를 산 게 아직도 생생해요." (30대 남성 최 모 씨)

2030 MZ세대들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의 추억에 열광하고 있다. 어린 시절 교실·마트·길거리 풍경과 유행했던 CF 광고와 게임, 그 시절에만 구할 수 있었던 물건 등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영상 콘텐츠는 1000만 뷰를 돌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상에는 "스마트폰이 없던 때인데 뭐가 그렇게 재밌었을까", "무언가 지금 놓치고 사는 것 같다. 디지털이 덜 발달된 때로 돌아가고 싶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2000~2010년대 추억 영상 제작하는 인스타그램 'official_timespace' 계정 릴스 갈무리
2000~2010년대 추억 영상 제작하는 인스타그램 'official_timespace' 계정 릴스 갈무리
젊은 세대들은 단순히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 SNS에 '추억 소환' 릴스들을 제작·공유하며 함께 적극적으로 낭만을 추억하는 모습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MZ세대들이 스마트폰이 없거나 갓 나오기 시작했던 '그때 그 시절' 잊고 지낸 세상의 색감을 되살리고 있는 셈이다.

과거보다 지금이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롭고 나이도 한창 젊다는 걸 알지만, 2030세대들은 학창 시절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결제해 자신의 미니홈피에 좋아하는 BGM(배경음악)을 깔고 주말 저녁 손꼽아 기다리던 TV 예능·드라마를 보며 배꼽 빠지게 웃고 울던 때가 그립다고 말한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사회초년생인 최 씨(30·남)는 "어릴 때는 아파트 1층부터 14층까지 이웃들의 얼굴을 다 알고 지냈던지라 한여름에도 현관문을 활짝 열어둬도 문제없었다"며 "피부로 느끼던 그 시절만의 세세한 오감들은 사라지고 요즘은 자극적이고 단편적으로만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 조 씨(25·여)는 "토요일 4교시 수업 끝나면 친구들이랑 놀이터 가는 게 국룰이었다. 아니면 학교 운동장에서 피구를 한 뒤 개수대에서 친구들이랑 물 뿌리고 놀기도 했다"면서 "마음은 얼마 안 컸는데 환경이 너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노스텔지어(과거에 대한 향수·동경) 현상이 많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해 경제불황까지 길어지면서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이 그 어떤 세대보다 사회경제적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추억 소환'이 MZ세대들에게 '힐링'이 된다는 설명이다.

중장년층 세대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히 추억을 떠올리고 음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30세대들은 이러한 걸 새로운 콘텐츠로 공유하고 신세대 감성으로 창조하고 있다"면서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 분석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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