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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부재, AI로 대체 가능할까…감성SF '원더랜드'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4-06-05 10:00 송고
원더랜드 스틸
원더랜드 스틸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가 크랭크업 4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배우 박보검이 입대 전 촬영한 작품으로, 마침내 빛을 본다. 중국배우 탕웨이부터 배우 수지와 박보검, 정유미와 최우식 그리고 특별출연한 공유까지 화려한 라인업이 최대 기대 포인트다. 이들이 완성한 감성 SF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개봉한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만추'(2011)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엄마 바이리(탕웨이 분), 연인인 정인(수지 분)과 태주(박보검 분), 원더랜드의 플래너 해리(정유미 분)와 현수(최우식 분)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바이리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서비스를 의뢰한다. 그는 죽음 이후 딸과 영상통화를 통해 만나고, 딸은 고고학자로 멀리서 일하는 엄마와 재회할 날만을 기다린다. 정인은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남자친구 태주를 우주인으로 복원해 매일 영상통화를 통해 행복한 일상을 나누지만, 태주가 갑작스럽게 깨어난 후 기쁨도 잠시,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점차 관계에 균열이 찾아온다. 원더랜드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베테랑 플래너 해리와 신입 플래너 현수는 서비스에서 뜻밖의 오류와 비밀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세 갈래의 이야기를 통해 죽은 사람을 복원한 AI를 통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충돌에 대해 다룬다. AI인 바이리가 결국 현실에선 딸 지아(여가원 분)의 곁에 있을 수 없고, 엄마의 부재를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는 건 한계다. 바이리의 모친 화란(니나 파우 분)은 AI인 바이리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엄마와의 재회를 고대하는 손녀가 마주할 진짜 현실이 실망스러울까 두려워 서비스 종료를 고민한다.
반대로 정인은 태주가 깨어나면서 실제로 곁에 있는 존재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됐으나, AI인 태주의 모습을 좇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현실의 태주는 뇌 손상으로 예전처럼 자신을 챙겨주지 못하고, 외려 자신이 태주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관계가 어긋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태주가 깨어나면서 중단했던 서비스를 통해 AI인 태주를 다시 만나며 위로를 받게 된다.

해리와 현수는 바이리, 정인 태주가 이용하는 원더랜드를 관리하는 플래너들로, 관객에게 이 서비스를 이해시키는 캐릭터로 기능한다. 두 캐릭터에게도 사연이 부여됐으나 깊이가 있진 않다. 두 사람과 더불어 공유는 서비스 내에서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사람들을 모니터링하는 성준 역으로 등장해 탕웨이와 호흡을 맞췄다. 세 캐릭터 모두 관객과 영화를, 극 중 현실세계와 원더랜드 서비스를 각각 연결하는 인물들로만 활용됐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원더랜드 스틸
원더랜드 스틸

'AI가 과연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란 질문은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원더랜드' 속 인물을 통해 질문이 상기되지만, 전혀 새로운 화두는 아니란 점에서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다만 감독은 그 화두에서 더 나아가, AI가 더욱 발전되면서 인간의 죽음 이후 이같은 서비스가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채워줄 수 있는가에 대한 기대감과 그 이면에서 생겨날 또 다른 현실적인 오류를 곱씹게도 해본다.

흥미로운 지점은 AI 바이리가 입체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지점이다. 그는 현실의 딸에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딸에게 직접 진실을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모성애를 더욱 인간적으로 표현, 감정선이 결여돼온 AI 캐릭터의 전형성을 깨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인과 태주를 연기한 수지, 박보검의 비주얼은 물론 연기 합도 돋보인다. AI 태주와 실제의 태주를 대하는 정인의 혼란을 끌어내는 박보검이 1인 2역으로 호연을 보여줬고, 수지는 박보검과의 연인 연기를 더욱 빛내는 데 활약한다. 다른 작품에서도 또 보고 싶을 만큼의 케미가 높은 시너지를 자랑한다.

기술은 점점 발전해 가지만 유한한 생명과 사랑하는 이들과의 예정된 이별은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다. '영원'을 추구하고픈 인간의 욕망이 기술로 발현됐을 때의 모순은 SF 장르의 단골 질문이었다. '감성 SF'라는 연출로 보다 쉽게 장르의 벽을 넘는다는 점은 장점이다. 헤어짐에 대한 보편적 감정을 다루다 보니,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떠나 각 이야기가 주는 여운이 깊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러 인물을 담으려다 보니 태주에 대한 정인의 극적인 감정을 매끄럽게 이해하긴 어렵다. 해리와 현수 캐릭터의 밀도도 아쉽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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