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합의 전체 효력 정지, '확성기 재개' 신호탄…전방 훈련·사격도 '정상화'

북한 반발 수위 높아져 접경지 일대 '우발적 충돌' 우려도

2016년 1월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재개했을 때 모습.(뉴스1DB) 2018.4.30/뉴스1
2016년 1월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재개했을 때 모습.(뉴스1DB) 2018.4.30/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체결 이후 약 6년 만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전방 지역 훈련 강화 등 군사적 조치와 함께 북한 정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 부활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전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안보실 1차장) 주재로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최근 북한의 일련의 도발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미 북한의 사실상 폐기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안보실은 "이러한 조치는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이라며 "그동안 9·19 군사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9·19 합의가 완전히 효력이 정지되면 우리 군 입장에선 각 부대별로 보다 나은 여건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접적지역에서의 대비태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9·19 합의 전체 효력 정지로 MDL 5㎞ 이내에서의 연대급 대규모 실기동훈련이나 포병사격훈련, 전투기의 공대지 사격이 이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군 함정의 기동 및 포사격도 재개될 수 있다.

MDL 5㎞ 이내 △스토리 사격장(경기 파주시) △천미리 사격장(강원 양구군) △적거리 사격장(경기 연천군) △칠성 사격장(강원 화천군) △송지호 사격장(고성 사격장·강원 고성군) 등 사격장도 다시 운영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 주둔 중인 우리 해병대 전력은 그동안 9·19합의 때문에 해상 사격훈련을 할 수 없었지만, 지난 1월 5일 북한 포사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훈련을 처음 재개한 바 있다. 9·19 합의 전체 효력이 정지되면 이 일대에서의 사격 훈련은 정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해군 함정은 함포의 포구에 포신 덮개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북한의 도발에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2019년 남북관계가 악화된 이후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고 서해 완충구역 등 적대행위 중지구역 내에 포 사격을 가하는 등 9·19 합의를 위반하는 군사행동을 수시로 단행했다.

우리 정부의 경우 지난해 11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직후 9·19 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 전방 지역에 정찰기를 투입하는 등 정찰임무를 강화한 상태다.

경기 화성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에 한반도 모형으로 공원이 조성돼 있는 모습. 2024.6.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 화성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에 한반도 모형으로 공원이 조성돼 있는 모습. 2024.6.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후 북한이 사실상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재무장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을 감행한 가운데 우리 군도 GP를 복원하는 등의 상응 조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현재 일단 방어목적으로 GP에 구조물 등만 설치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JSA 내 우리 군의 재무장은 이뤄진 상태다.

특히, 우리 정부가 9·19 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건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서해 서북도서를 향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 등 회색지대 도발에 맞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위한 수순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는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살포 등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상호간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9·19 합의 위반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 2항엔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법 제25조엔 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금지 활동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우리 정부가 9·19 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면 결국 대북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전광판 설치 등 대북 심리전을 다시 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대북 확성기는 MDL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한국 노래, 한국의 발전된 생활 모습 등을 방송하는 설비다. 방송은 북측으로 약 30㎞ 지역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 접경지역 군인들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해 탈북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대북 확성기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1960~80년대엔 노골적으로 '이탈'을 유도하기 위한 내용들이 방송됐다고 한다. 2010년대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을 땐 우리 군이 '소녀시대'나 '아이유'의 노래 등 대중가요를 틀기도 했다.

우리 군은 언제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결정만 내려지면 당장 기동 확성기 차량을 MDL 인근에 배치해 방송을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9·19 합의 전체 효력 정지 이후 이뤄질 조치들로 인해 접경지 일대에서 남북한 군 간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과거 북한이 국지전 또는 전면전 수준으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때 남한의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을 이유로 든 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시 북한의 반발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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