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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비상인데…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 선언한 삼성 노조

'삼성전자 최대 노조' 전삼노, 파업 선언…"1호 지침은 6월 7일 단체 연가"
'임원 주 6일 근무·반도체 수장 전격교체' 비상경영…"노조 일방 행보 납득 어려워"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24-05-29 16:12 송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반도체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005930)가 또다시 악재를 만났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이 창사 첫 파업을 선언하면서 '노조 리스크'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전사의 초비상 경영 속 노조의 역행 행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공식화했다. 노조 파업은 삼성전자 창사 55년 만에 처음이다.
전삼노는 "사측이 교섭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즉각 파업에 임한다"며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 후 전삼노의 첫 행보는 연가 투쟁이다. 전삼노는 "1호 파업 지침으로 조합원들에게 오는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파업도 암시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아직은 소극적인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을 것"이라며 "총파업까지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8차례 본교섭을 포함한 9차례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3차 조정 회의까지 거쳤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 선언 전 마지막 교섭이었던 전날(28일) 8번째 본교섭에서도 전삼노가 요구한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배제 등을 놓고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또 한 번 파행했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 폭이다.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 3월 전삼노 교섭과 별개로 노사협의회와 임금 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로 정했다. 이에 반발한 전삼노는 중노위 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성과급도 쟁점이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이 지난해 15조 원에 이르는 적자로 성과급을 받지 못하면서 불만이 큰 상황이다. 전삼노에 따르면 노조는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기준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다.

전삼노가 대대적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의 극심한 피해가 점쳐진다. 전삼노 조합원은 약 2만 840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2% 수준이다. 특히 전삼노 조합원의 대부분이 반도체 담당인 만큼 DS 부문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4.5.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4.5.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삼성전자는 현재 초비상 경영 중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현재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전사적 대응이다.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부문은 긴장의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반도체 부문 임원들은 올해 연봉을 동결했다.

반도체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444억 달러로 인텔(512억 달러)과 엔비디아(492억 달러)에 밀려 3위로 밀려났다. 불과 1년 전에는 1위였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고전은 심각한 위기 신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차세대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은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겼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루머성 보도로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도 났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세계 2위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상황도 좋지 않다. 1위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였던 퀄컴도 TSMC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위기 속 노조의 일방 행보에 대한 비판은 잇따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정작 가족인 노조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파업 선언을 철회하고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한 뒤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도록 요구하는 게 합리적 판단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해상보험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조합원 약 2만 명으로 구성된 초기업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전삼노의) 행보와 민주노총 회의록을 보면 (파업은) 직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초기업 노조는 전날에도 "삼성전자의 단체협약·임금 교섭 방식과 결과는 타 관계사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전삼노의 타 계열사 노조 및 회사에 대한 비방 행위는 상생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의 상식과 반한다"고 비판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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