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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트·이더 현물 ETF 승인됐는데…다 막힌 국내, 공론화 불붙을까

"현행법상 불가" 금융당국 중개 불가 고수…소비자 보호·밸류업 악영향 우려
美현안 듣는 금감원장, 7월 시행 앞둔 가상자산법…업계, 하반기 구체화 '기대'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24-05-24 11:40 송고 | 2024-05-24 13:44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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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승인했지만,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관련 상품을 거래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현물 ETF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다만 하반기 들어선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논의가 구체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상자산법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가상자산 상품에 우호적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에서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나서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공약을 내건 것도 주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EC는 23일(현지시간) 블랙록, 피델리티, 그레이스케일 등 자산운용사 8곳에 대해 이더리움을 기초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을 승인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 허용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온 지 4개월여 만이다. 다만 이번에 승인된 19b-4(심사 요청서)는 최종 거래 시작을 위한 S-1(증권신고서) 전 단계로, 향후 실제 거래까지는 3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해당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현물 ETF 중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현물 ETF 중개는 자본시장법과 기존 정부 입장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으로 정의돼 있지 않다. 자본시장법 제4조에 따르면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 또는 지수 변화에 연동돼 운용되는데, 기초자산에는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 통화 포함)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만 있을 뿐 가상자산은 명시돼 있지 않다.

기존 정부의 입장에 위배된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2017년 12월 정부는 제도권에 있는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신규 투자가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사의 가상자산 소유 등을 금지한 바 있다. 소비자 보호 이슈와 함께 자본시장 내 자금 유출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 중인데, 가상자산 현물 ETF로 자금이 빠지면 당초 기획한 한국 증시 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단 지적이다.
다만 최근 들어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 중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인물로 알려진 이 금감원장은 얼마 전 미국을 찾아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그는 지난 14~15일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찾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배경 등 금융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원장은 게리 겐슬러 SEC 의장과 증권·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등 양국의 금융감독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확인했다. 로스틴 베넘 CFTC 의장과는 미국의 가상자산 입법 동향 및 양국 간 정보공유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이후 이 원장은 뉴욕 설명회(IR)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제도 상황은 이러한데 미국의 제도 해석은 어떤지, 어떻게 해석하기에 허용하게 된 것인지 등을 물었다"며 "정책적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견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큰 축 중 하나인 이 원장이 지속해서 비트코인 현물 ETF 공론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당국에서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 3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려면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회가 열리게 되면 가상자산 2차 입법 논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전망하자면 하반기쯤 공론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월 19일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는 점도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형사 처벌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불공정 거래를 막을 장치가 없었지만, 투자자 보호 방안이 마련되고 관련 법이 안착하면 공론화의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공약으로 관련 ETF 발행·상장·거래는 물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도 편입 허용을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을 앞두고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많은데, 대부분 회사가 승인되면 출시될 수 있도록 상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미국법인 관계자는 "사업 계획은 이미 있지만 (규제로) 잠시 보류 중"이라며 "비트코인은 분명한 투자 대상 중 하나고, 앞으로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이 승인받으면 지체 없이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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