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승진 앞두고 쓰러져 뇌사…4명에게 새 삶 주고 하늘로

어려운 이웃 위해 20년 동안 후원도 이어와

장기기증자 이영주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장기기증자 이영주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년 간 이웃을 위해 후원하고, 교장 승진을 앞둔 50대 교사가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1일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이영주씨(57)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백여 명의 환자에게 삶의 희망을 전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일 교장 승진을 위해 연수를 받으러 집에서 짐을 챙기던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이씨는 중·고등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교직 생활을 하다가, 3년 전에 교감 선생이 되어 교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평소 학생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특히 생활이 어렵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마음을 많이 쓰는 선생님이었는데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떠나게 되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더 마음 아파했다.

가족들은 평소 이씨가 자신이 죽으면 장기기증으로 다른 사람을 살리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 장기기증을 못한다면 시신 기증을 통해서라도 의학 교육과 의학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군산시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이씨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며, 본인이 손해 보더라도 남을 위해 행동했다. 또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도 20년 넘게 하며 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 도움을 주곤 했다.

이씨의 아들 이겨례씨는 "떠나시는 날 많은 분이 아빠를 위해 울어주셨어요"라며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제는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행동할게요. 감사합니다. 너무 사랑합니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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