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명월이 생식기 폐기하라" 선거 날 날아든 속보, 전국이 "뭐지"

법원 국과수 보관 중인 명월이 생식기 폐기 결정 [사건 속 오늘]
요정집 기생 '하룻밤 복상사' 소문, 일제 표본 보관…스님이 소송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4-06-02 05:00 송고 | 2024-06-02 09:16 최종수정
© News1 DB
© News1 DB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0년 6월 2일은 전국이 제5회 지방선거로 들썩인 가운데 법원발 뉴스가 선거 소식을 뚫고 사람들 관심사로 등장했다.

'명월이' '생식기' '백백교 교주 머리' '포르말린 용액' '표본' '국과수 지하실' 등 호기심을 자극할 단어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 서울지법 "국과수에 보관 중인 명월이 생식기 폐기하라"

당시 법조기자들은 6일 전이었던 5월 27일 서울중앙지법은 6일 전 민사합의37부(임영호 부장판사)가 내린 화해권고 결정문을 입수해 6월 2일 서둘러 전했다.

재판부는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인 봉선사 승려 혜문스님이 "공익이나 의학적 관점에서 정당성 없이 제작돼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는 여성 생식기 표본을 없애 달라'”며 낸 소송에 대해 "국과수에서 생식기를 폐기하는 대신 혜문 스님은 위자료를 포기하라"고 화해 권고 결정했다.
화해 권고 결정은 소송 당사자가 결정문을 받고 2주 내에 이의 신청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 검찰이 나서 명월이 생식기 소각처리…민사소송 대상 아닌 행정부 권한

법원의 화해 결정에 대해 국과수는 형식상 불복, 실질적으로는 수용하는 조치를 했다.

국과수를 대신해 국가 상대 소송을 맡은 서울고검은 △ 혜문 스님은 생식기의 소유자와 무관해 소송 당사자 자격이 없는 점 △ 이 소송은 국가를 상대로 해야 함에도 민사소송을 한 점 △ 법원에 의한 화해권고 결정으로 행정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행정부 권한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점 등을 들어 법원이 "혜문 스님의 소를 기각해 줄 것"을 청했다.

그러는 한편 검찰은 "일제에 의해 무단 적출된 생식기를 폐기할 필요성은 인정된다"며 국과수에 보관 중인 명월이 생식기를 무연고 시신 처리 지침에 따라 소각 처리할 것을 지휘했다.

국과수는 민간 용역업체에 의뢰, 그해 6월 14일 소각, 폐기 처리했다.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있는 731부대 박물관에서 인체 실험 장면 방문객들이 재현된 일본군의 인체 실험 장면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2015.01.07/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있는 731부대 박물관에서 인체 실험 장면 방문객들이 재현된 일본군의 인체 실험 장면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2015.01.07/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 1910년대 '명월관' 최고의 기생 명월이…숱한 남성 애간장 녹였다는 '그렇더라' 주인공

포르말린 액체에 담겨 국과수 지하 부검실 한편에 표본으로 남아 있던 '생식기'의 주인공 명월이가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소송을 낸 혜문 스님은 일본 화가 이시이 그림 속 주인공 '홍련'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918년 명월관을 찾았던 이시이가 홍련에게 단숨에 마음이 빼앗겼으며 그림 속 홍련이가 너무 미인이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말을 종합해 보면 명월이는 1909년 지금의 광화문 동아일보 자리에 문을 열어 1918년 화재로 없어진 기생집 '명월관'의 간판스타’라는 것.

당시 일본의 고관대작, 친일파, 조선의 갑부 등이 명월이와 하룻밤을 보낸 뒤 '줄줄이 복상사 했다', '그렇더라'는 식의 소문이 부풀려지고 또 부풀려져 경성을 넘어 조선 8도로 퍼져나갔다.

일제는 명월이가 30대 젊은 나이로 사망하자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겠다며 잔인무도하게 생식기를 적출, 포르말린 용액 속에 담아 표본으로 남겼다.

◇ 또 하나의 포르말린 속 표본 주인공은 백백교 교주 전용해의 머리

국과수 지하실에는 명월이 말고도 다른 표본도 함께 있었는데 사이비교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의 머리였다.

백백교는 동학 계통의 백도교 교주가 1919년 사망하자 전용해가 이름을 고쳐 만든 사이비교로 '불로불사' '무병장수'를 내걸고 많은 이들을 현혹해 재산을 착취했다.

전용해는 심복을 시켜 자신의 말을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신도를 살해한 뒤 '하늘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 선전했다.

1928년부터 1937년까지 10년간 전용해에 의해 살해된 신도가 620여 명에 달했다.

전용해는 일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1937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제는 백백교 신도 25명을 재판에 넘겨 14명을 사형, 9명에게 중형을 내렸다.

또 일제 경찰은 전용해의 뇌 상태를 알아보겠다며 그의 시신에서 머리부분만 떼어내 포그말린 용액속에 넣었다.

전용해의 머리는 2011년 10월 화장 처리됐다.

콜롬비아 보고타 인간박물관에서 유리 용기 안에 담긴 태아 모습이 전시되고 있다. 보고타 인간박물관은 과학적 관심이자 공포의 대상인 해부학 관련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2022. 11. 25.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콜롬비아 보고타 인간박물관에서 유리 용기 안에 담긴 태아 모습이 전시되고 있다. 보고타 인간박물관은 과학적 관심이자 공포의 대상인 해부학 관련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2022. 11. 25.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판사, 국과수 찾아 명월이 표본 확인…일제 한센인 강제 낙태 '태아 표본'

명월이 생식기 폐기 소송 당시 재판부는 2010년 4월 30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를 찾아 표본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포르말린 용액 속 표본은 둔부, 생식기, 자궁 등의 구분이 가능한 상태였다.

일제 강점기 때 생체실험을 한 731부대도 생체해부를 진행한 뒤 신체부위 별로 표본처리하는 등 악명을 떨쳤다.

일제는 한센인들을 소록도로 몰아넣은 뒤 강제 낙태, 단종을 시키는 한편 태아를 표본에 담아 놓는 악행을 저질렀다. 배 속 자식을 강제로 빼앗긴 어머니는 표본 속 아이를 보고 직감적으로 '내 새끼'라는 걸 알아차리고 혼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buckbak@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