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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서 '섬마을 선생님' 집단 성폭행…횟집서 합석 권한 학부모 짓

만취 여교사 바래다준다, 휴대폰 갖다 준다 핑계[사건속 오늘]
학부모·동네 주민이 차례로…대법 "죄보다 더 엄하게" 파기환송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4-05-22 05:00 송고 | 2024-05-22 08:34 최종수정
섬 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이 2016년 6월 10일 오후 전남 목포경찰서에서 광주지검 목포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6.6.10/뉴스1 © News1 DB
섬 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이 2016년 6월 10일 오후 전남 목포경찰서에서 광주지검 목포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6.6.10/뉴스1 © News1 DB

2016년 5월 22일 새벽 전남 신안군 ○○도의 한 초등학교 관사에서 벌어진 일로 전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는 시대는 아니지만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여선생님을 학부모 등 3명이 집단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알려지자 ○○도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고 신안군 의회와 주민, 전라남도가 대국민 사과하고 교육부 장관이 급히 현장으로 내려와 벽지 근무 여선생님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쏟아냈다.

2심이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감형하자 법원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한 공동정범 혐의를 다시 살펴라"며 파기환송, 죄를 엄히 물을 것을 요구했다.

◇ ○○도가 첫 근무지인 女선생님, 저녁 먹기 위해 학부모 식당에 들렀다가

교대를 졸업한 20대 A 여선생님은 2016년 신학기부터 ○○도 XX초등학교로 신규 발령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학교 관사에서 지냈지만 A 교사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지'라는 열정에, 힘든 것도 외로움도 잊었다.
2016년 5월 21일 토요일, A 교사는 수업이 없는 틈을 이용해 부모님을 뵙기 위해 육지로 나갔다가 다음날 약속 때문에 그날 오후 6시 마지막 배편으로 ○○도로 돌아왔다.

A 교사는 관사로 돌아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관사에서 2.14㎞ 떨어진 학부모 B 씨(당시 49세)가 운영하는 횟집에 들렀다.

B 씨, 식당에 있던 또 다른 학부모 C 씨(34세), 동네 주민 D 씨(39세)가 '이쪽으로 오시라'며 합석을 권했다.

A 교사는 학교 운영위원이자 아버지 또래인 B 씨 등의 제의를 뿌리치기가 뭐해서 난처했지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B, C, D 씨는 '내 잔 받아라'며 인삼주를 권했고 A 교사는 만취하고 말았다.

 신안 섬마을에 발령받은 새내기 여교사는 저녁을 먹기 위해 마을 식당에 들렸다가 주민, 학부모들이 권하는 술잔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MBN 갈무리) © 뉴스1
 신안 섬마을에 발령받은 새내기 여교사는 저녁을 먹기 위해 마을 식당에 들렸다가 주민, 학부모들이 권하는 술잔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MBN 갈무리) © 뉴스1

◇ 선생님 취하셨다 데려다줘야지, 휴대폰 갖다줘야지, 뭔 일이지 가봐야지…잇따라 성폭행

B 씨는 5월 22일 자정, '술에 취한 A 교사를 관사까지 데려다주고 오겠다'며 A 교사를 부축해 자신의 차로 5분 거리인 관사를 향해 떠났다.

A 교사를 방에 눕혀 놓은 B 씨는 주말을 맞아 교사 모두 육지로 떠나 관사가 텅 비어 있음을 깨닫자 몹쓸 짓을 저질렀다.

A 교사가 식당에 흘린 휴대폰을 갖다줘야겠다며 관사를 찾은 C 씨는 B 씨가 떠나는 장면을 지켜본 뒤 관사로 들어가 A 교사를 덮쳤고 이 장면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녹화까지 했다.

C 씨가 관사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B 씨는 D 씨에게 'C 씨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살펴보라'고 전화했다. 이에 관사로 온 D 씨마저 욕심을 채웠다.  

◇ 새벽 2시 정신이 든 女선생님, 문 걸어 잠가 추가 피해 막아…112신고, 병원에서 체액채취

새벽 2시 무렵 정신을 차린 A 교사는 주변 정황을 보고 끔찍한 일을 당했음을 알았다.

이에 A 교사는 방문을 걸어 잠근 뒤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샤워를 하지 않은 A 교사는 112 신고와 함께 첫배로 육지로 가 체액을 채취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관사에서 B 씨 등의 체모를 확보하는 한편 이들을 불러 추궁했다.

B 씨 등은 A 교사가 아침 일찍 ○○도를 떠났다는 소식에 함께 모여 서로 말을 맞춰보기까지 했다.

 신안 섬마을 새내기 여선생님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00도  XX 초등학교 관사. © 뉴스1 DB 
 신안 섬마을 새내기 여선생님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00도  XX 초등학교 관사. © 뉴스1 DB 

◇ 1심 징역 18년 13년 12년형…2심 "합의했다"며 10년, 8년, 7년형으로 감형

2016년 10월 13일 1심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형사합의 1부(엄상섭 부장판사)는 강간상해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징역 18년형, C 씨 13년형, D 씨 12년형을 내렸다. 다만 '공모 정황에 대한 확증이 없다'며 공동정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인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노경필)는 2017년 4월 20일 공동정범(공모) 혐의를 무죄로 보는 한편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각각 징역 10년, 8년, 7년 형으로 대폭 감형했다.

그럼에도 B 씨 등은 이에 불복 상고했다가 혼쭐이 났다.  

◇ 대법원 '공모 관계 인정된다'며 파기환송…재상고 끝에 징역 15년, 12년, 10년확정

2017년 10월 26일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피고인들 상호 간에 공모 또는 합동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공동정범을 무죄로 본 2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 죄를 보다 엄히 물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2018년 1월 29일 파기환송심은 광주고법은 B, C, D 씨에게 각각 징역 15년, 12년, 10년형으로 형량을 높였다.

B 씨 등은 또다시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2018년 4월 10일 재상고심은 "이유 없다"며 뿌리쳐, 형이 확정됐다.

 2016년 6얼 8일 신안군 의회와 신안군 사회단체들이 '여선생님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고개를 숙였다. (신안군 의회 제공) © 뉴스1
 2016년 6얼 8일 신안군 의회와 신안군 사회단체들이 '여선생님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고개를 숙였다. (신안군 의회 제공) © 뉴스1

◇ 신안군의회, 전라남도 대국민 사과…교육부 장관 현장 방문, 신안경찰서 신설

신안 섬마을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놀란 신안군 의회와 지역사회단체, 지역주민들은 2016년 6월 8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일제히 고개 숙였다.

6월 9일엔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신안군을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 벽지 근무 교직원 근무여건 개선 △ 여교사 오지발령 자제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낙연 전남지사도 6월 10일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안군이 전남 22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는 것도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경찰서 신설에 들어가 2023년 7월 4일 '신안 경찰서' 개청식을 가졌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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