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덕화부터 황정민까지…‘분노 유발’ 역대 전두환 역할 배우는 [N초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3-12-09 07:00 송고
역대 전두환 역 배우들(왼쪽부터) 드라마 '제4공화국' 박용식, 드라마 '제5공화국' 이덕화, 영화 '26년' 장광, '서울의 봄' 황정민
역대 전두환 역 배우들(왼쪽부터) 드라마 '제4공화국' 박용식, 드라마 '제5공화국' 이덕화, 영화 '26년' 장광, '서울의 봄' 황정민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5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흥행 순항 중이다. 7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541만1680명. '서울의 봄'은 '역사가 스포일러'임에도 불구하고 12.12 사건,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서스펜스 넘치게 재현한 연출로 각광받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서는 실존 인물에 기초한 '빌런'이 남다른 존재감으로 보는 이들의 '공분'을 자아내며 흥행몰이에 일조 중인데,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이다. 전두광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 사람',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변형한 극 중 이름이다. 황정민은 숱없는 머리 분장과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 거침없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맹수 같은 캐릭터로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을 묘사했다.
'서울의 봄' 포스터
'서울의 봄' 포스터
현대사에 미친 영향이 지대했던 만큼 지난 20, 30여년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왔다. 이 캐릭터들은 대부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특징적인 외양을 살렸으며, 일부는 사투리를 구사하거나 그가 자주쓰던 언어적 습관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배우 고 박용식은 전 전 대통령 '닮은꼴' 배우였다. 1944년생으로 1967년 TBC 공채탤런트 4기로 방송에 데뷔한 그는 그냥 '닮은꼴'이 아닌 동일인으로 착각될만큼 닮은 외모로 인해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인 제5공화국 시기 큰 시련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권의 눈치를 보던 방송국에서는 전 대통령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한 이목구비를 가진 박용식의 캐스팅을 꺼려했고, 그는 모자나 가발을 착용하고 나서야 단역으로 간간이 배역을 맡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박용식은 생전인 2011년 출연한 SBS '좋은 아침'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고생 많이 했다, 한참 나이 때 30대 후반에 (전두환과) 용모가 너무 비슷하고 해서 같이 TV에 나오면 곤란하지 않느냐고 해서 방송생활을 못 했다, 몇 년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견디기 어려웠다"며 이민을 생각할 정도로 생계의 위협을 받았다고 전했다.
'제4공화국' 박용식/유튜브 채널 '옛드:MBC 레전드 드라마' 캡처<div style=" align="absmiddle" border="0" />
'제4공화국' 박용식/유튜브 채널 '옛드:MBC 레전드 드라마' 캡처

하지만 90년대 들어 박용식의 '전두환 닮은꼴' 외모는 빛을 발하게 됐다. MBC 드라마 '제2공화국'(1989) '땅'(1991) '제3공화국'(1991) '제4공화국'(1995) 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전두환 역할을 맡으며 인기를 얻었다. 1991년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 초대를 받아 1시간30분간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박용식씨가 나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배우 이덕화가 연기한 전두환도 박용식 못지 않게 유명하다. 이덕화는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전두환을 연기했는데, 당시 화제가 됐던 것은 톱스타 이덕화의 '민머리 노출'이었다. 70년대~80년대를 주름잡는 미남 배우였던 이덕화는 1987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 때부터 가발을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제5공화국'에서 전두환 역할을 그가 맡게 되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가발을 벗고 연기하는 이덕화를 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제5공화국'에서 이덕화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날카로운 외모와 성향 등을 반영한 명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코리아 게이트' 정종준/유튜브 채널 '빽드-SBS 옛날 드라마' 캡처
'코리아 게이트' 정종준/유튜브 채널 '빽드-SBS 옛날 드라마' 캡처
SBS 드라마 '코리아 게이트'(1995)에서는 배우 정종준이 전두환을 연기했다. 정종준은 전두환 역 여타 배우들과 달리 분장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머리모양을 살렸고,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다만 '코리아 게이트'는 후반부로 가며 시청률이 하락해 조기종영을 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배우 장광도 두 차례 전두환 캐릭터를 연기했다. SBS 드라마 '삼김시대'(1998)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기한 그는 역시나 정수리가 비어있는 외모 덕에 탁월한 외양모사에 성공했다. 이어 그는 강풀 웹툰 원작 영화 '26년'에서도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26년'은 5.18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이 원흉인 '그 사람'을 복수의 타깃으로 한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작품. 장광은 뻔뻔한 악인의 면모를 제대로 살려내며 보는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배우 고 염동헌은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2011)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하는 정 장군 역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 역시 드라마 방영 당시 '닮은꼴' 외모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염동헌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군수차관보 배송학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12월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줬다. '서울의 봄'은 그의 유작이며, 영화 제작진은 엔딩 크레딧을 통해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했다.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황정민 이전에 가장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기해 화제가 된 배우는 두 사람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 서현우와 넷플릭스 '서울대작전'(2022)의 백현진은 각각 전두환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했다. 두 사람 모두 연기파 배우였기에 인상적인 연기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남길만한 활약을 보여줬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보안사령관 전두혁을 연기한 서현우는 비중이 큰 주연은 아니었으나 분장을 통해 살린 '닮은꼴' 외모와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된 듯한 캐릭터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백현진 역시 '서울대작전'에서 전 장군 역할을 맡아 영화 속 블랙코미디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eujenej@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