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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싸이월드 메타버스' 열렸지만…"여기서 뭐해요?" 어리둥절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2-07-29 08:49 송고
싸이월드 메타버스 '싸이타운' 플레이화면(싸이타운 캡처)© 뉴스1
싸이월드 메타버스 '싸이타운' 플레이화면(싸이타운 캡처)© 뉴스1

'아바타' 그리고 '맵'이 있었다. 딱 여기까지였다.

지난 28일 싸이월드가 제작한 메타버스 '싸이타운'이 베일을 벗었다. 싸이월드가 지난해 11월 한글과컴퓨터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을 선언한 지 8개월 만이다.
싸이타운 앱에 접속하자 추억을 자극하는 2등신 '미니미' 캐릭터, 도심 속 공원을 재현한 '맵'(가상공간)이 나타났다. 익숙한 '싸이월드'의 느낌이다. 

메타버스의 기본 기능인 '소통'은 불가능했다. 대부분의 메타버스가 제공하고 있는 음성·영상 채팅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고, 문자 채팅도 1:1 채팅을 지원하지 않아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다.

메타버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제작, 맵 만들기, 게임 등의 콘텐츠도 없었다. 이에 싸이타운에 접속한 수십 명의 이용자는 "뭐하고 노는 거죠?"라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간 싸이월드의 한계점으로 꼽혀온 '콘텐츠 부족' 문제가 메타버스 서비스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싸이월드제트 제공) © 뉴스1
(싸이월드제트 제공) © 뉴스1

◇ 싸이월드 메타버스, 드디어 열렸다.


싸이월드는 28일 오전 10시 메타버스 서비스 '싸이타운'을 정식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021년 11월,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한글과컴퓨터와 합작법인 '싸이월드 한컴타운'을 설립하고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를 메타버스로 확장한다는 목표에서다.

회사 측은 "단순 게임 중심의 메타버스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소통의 개념을 중심으로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가상세계를 선보였다"며 "2040세대를 위한 국내 대표 메타버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접속 방법은 간단했다. 싸이월드 앱 속 '미니홈피'에 접속해 '싸이타운' 문구가 적은 아이콘을 클릭하자 메타버스 전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로그인 후 자신만의 아바타와 이름을 설정하면 접속이 가능했다.

싸이월드표 메타버스는 유럽 도심 속 공원을 연상케 하는 '맵'(가상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맵 중심엔 싸이월드와 한글과컴퓨터 로고가 올려진 커다란 분수대가 설치돼 있었고, 공원 한쪽엔 '무대'도 마련돼 있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싸이타운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던 '베타 테스트' 때와 비교하면, 아바타와 맵 등 기본적인 '뼈대'는 갖춘 모습이었다.

싸이월드 메타버스 '싸이타운' 대화창(싸이타운 캡처)© 뉴스1
싸이월드 메타버스 '싸이타운' 대화창(싸이타운 캡처)© 뉴스1

◇ 이용자 "여기서 뭐하고 놀아요?"


문제는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메타버스의 기본인 '소통'에서부터 한계가 드러났다. '제페토' '게더타운' 등 대부분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음성 채팅·영상 채팅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싸이타운은 오직 문자 채팅만 지원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1:1 대화를 제외한 '서버 전체 대화'만 가능했다. 수십 명의 이용자가 한 공간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사실상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했다. 싸이타운에서 비대면 행사나 설명회를 진행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즐길 거리'도 부족했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맵 만들기, 캐릭터 꾸미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싸이타운은 '아바타 움직이기' 이외에 이렇다 할 즐길 거리를 만들어 놓지 않았는데, 결국 싸이타운에 접속한 이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용자들은 "할 게 아무것도 없다"며 "메타버스를 만든 목적이 뭐냐"고 불만을 표했다.

심지어 접속 후 십여 분이 지나면 "광장 서버에 문제가 발생해 대기실로 돌아갑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초기화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싸이월드 메타버스 '싸이타운' 오류 화면(싸이타운 캡처)© 뉴스1
싸이월드 메타버스 '싸이타운' 오류 화면(싸이타운 캡처)© 뉴스1

◇ '콘텐츠 부족' 한계 드러낸 싸이월드

싸이타운에서 나타난 콘텐츠 부족 문제는 '싸이월드앱'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지난 4월 2일 서비스를 재오픈한 싸이월드는 출시 초부터 '추억의 사진첩'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다는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싸이월드는 지난 4월 신규 설치 건수 287만 건으로 SNS 앱 중 1위를 차지했지만, 평균 사용시간은 0.35시간으로 전체 SNS 앱 중 최하위였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1인당 평균 사용시간 및 사용일 수는 각각 0.35시간과 5.01일로 △인스타그램(9.69시간/ 20.11일) △페이스북(8.97시간/17.68일) △트위터(11.93시간/18.91일) △틱톡(15.21시간/15.16일) 등 주요 SNS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싸이월드 앱을 설치한 이용자들이 앱 속에서 즐길 거리를 찾지 못하고 금세 이탈했음을 나타낸다.  

싸이월드 측은 이번에 출시된 메타버스가 '완성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싸이월드의 고도화가 9월까지 계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메타버스 싸이타운도 보다 풍성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확장된 생태계를 갖추며 계속 성장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SNS 싸이월드가 스토리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게임 위주의 기존 메타버스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라이프사이클(Life Cycle) 메타버스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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